[김미선 박사의 쉽터] 내 아이에게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이순용 2023. 2. 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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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업적으로 의료계 분야에서 잘 알려진 교수님이 사춘기 자녀와 갈등이 심해지자 상담실을 찾았다.

명목상은 체벌이었지만 실상은 자기 내면의 화가 올라오면 순간 먼저 손이 올라가서 아이에게 상처를 많이 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어린 시절 기억에 묶이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우리는 사랑하는 자녀와도 똑같은 부정적 상호작용을 반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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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상담학 박사

[김미선 상담학 박사] 탁월한 업적으로 의료계 분야에서 잘 알려진 교수님이 사춘기 자녀와 갈등이 심해지자 상담실을 찾았다. 상담을 진행하다 보니 어릴 적부터 아이에게 손을 대었다고 고백했다. 명목상은 체벌이었지만 실상은 자기 내면의 화가 올라오면 순간 먼저 손이 올라가서 아이에게 상처를 많이 주었다는 것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제어되지 않는 그런 행동의 배후에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기억과 해결되지 않은 분노가 내재되어 있었다.

당신은 첫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의 감격과 경이로움을 기억하는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나의 분신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모두 좋은 부모가 되기를 꿈꿨다. 내가 가진 모든 것으로 내 아이의 필요를 채워주고 그 마음의 소원에 귀 기울이며, 무엇보다 내가 경험한 아픔과 상처는 경험하지 않도록 보호해 주고 싶었을 것이다.

김미선 상담학 박사
하지만 우리의 소망과는 달리, 많은 사람이 자녀를 키우면서 어린 시절 자신이 부모로부터 상처받았던 말과 행동을 자녀에게 똑같이 한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나는 내 부모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내 자식에게 그런 모진 말을 내뱉고 험한 행동을 하리라 상상조차 못 했는데, 어느새 내 부모를 그대로 따라 하는 모습에 놀라고 좌절하게 된다. 어릴 적 부모한테서 들어왔던 말이 마음에 새겨져 내 언어가 되고, 늘 당하고 보아왔던 부모의 태도가 몸에 배어 나의 행동으로 표출되는 까닭이다.

어떤 사람도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경험은 기억을 형성하고 기억은 마음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어린 시절 기억에 묶이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우리는 사랑하는 자녀와도 똑같은 부정적 상호작용을 반복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돌아보고, 자기 삶의 역사(life story)로 수용하게 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더 이상 그 기억이 자신의 내면을 흔들어 후회하는 말과 행동을 초래하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는 일은 두렵고 힘든 과정이다. 때로는 심리치료사나 상담사와 같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업을 하나만 소개한다면 원가족과의 대화다. 부모님이 살아 계신다면 자신의 어린 시절에 관해 물어보자. 부모님 대신 형제자매와의 대화도 도움이 된다. 어린 마음에 왜곡된 기억이 평생의 짐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이제 성인으로서 과거를 돌아보고 수정할 수 있는 자기-회상은 마음을 성장시킨다.

또한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는, 즉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는 자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여 자녀 양육을 좀 더 의미 있고, 보람되게 만든다. 우리 자신의 정서적 경험을 이해하는 능력이 확장되면, 자녀에 대한 공감적 이해의 폭도 넓어지면서 자연스레 자녀와의 시간을 보다 즐길 수 있게 된다. 과거에 매여 원치 않는 말과 행동으로 사랑하는 자녀에게 상처 주는 대신, 자신의 회복된 상처를 통해 자녀의 마음을 이해함으로 그들의 성장을 돕는 부모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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