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에겐 최고의 복지 '주4일제'… 고민하는 기업들

강수지 머니s 기자 2023. 2. 6.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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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엔데믹과 함께 사라진 '재택근무'②]글로벌 화두, 합리적 제도 마련에 골몰

[편집자주]3년여간 이어진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의 종점이 보이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추세적으론 장기간의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사무실 출근제를 시행하려는 분위기다. 혁신적 근무제로 평가받던 '주4일제'도 운명의 기로에 섰다. 경영진들은 생산성 악화와 소통 문제를 이유로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반기고 있지만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최우선인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에겐 부담과 함께 거부감이 크다. 일종의 복지로까지 여겨지던 재택근무와 주4일제 등을 둘러싸고 노사 간 갈등 양상마저 나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마다 엔데믹(풍토병화)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근무 방식 찾기에 나선 가운데 대안을 살펴본다.

주4일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생산성 악화를 우려해 이를 철회할 움직임을 보인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집에서 일하는 복지는 끝"… 사무실로 복귀하는 IT
② 직장인들에겐 최고의 복지 '주4일제'… 고민하는 기업들
③ 출근 vs 재택… 근무시간·장소 선택권 주는 기업들

'주4일 근무제'(주4일제)를 도입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주4일제란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단축하는 등 방식으로 통상 주5일인 근무 일수를 하루 줄이는 형태의 근무제도다.

IT기업들은 임직원의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고 휴식을 보장해 업무 만족도를 제고하겠다는 취지로 잇따라 해당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계의 숙원으로도 꼽히는 만큼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공약으로 등장하는 등 쟁점이 되기도 했다.

주4일제는 직장인들에게 최고의 복지로도 꼽힌다.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885명을 대상으로 '도입 희망 사내 복지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주4일제가 23.4%로 1위를 차지했다. 재택근무 시행(2위·7.3%)보다 3배 많은 호응을 얻었다.

IT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이후 산업 전반에 관련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개발자 등 인재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주4일제 시행에 적극 나섰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게 시대적 흐름이 됐고 근로자들에겐 회사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신호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은 주4일제 시행의 철회 여부를 두고 눈치를 보며 고심하는 분위기다.


근무시간 합리적 축소… IT 업계 각양각색 근무제도


노동계는 임금 삭감 없는 주4일제 도입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근무 시간이 부족할 경우 생산성이 떨어져 기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효율적인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해 각 사의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제도를 찾고 있다.

콘텐츠 기업 CJ ENM은 주 4.5일제로 불린 '비아이플러스'(B.I+) 제도 개편에 나섰다. 사실상 월 2회 주4일제 구축이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중인 '비아이플러스'는 매주 금요일 오전 4시간은 사무실 근무, 오후 4시간은 외부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외부활동 시간이 되면 업무용 PC는 자동으로 종료된다. 이를 개편해 2월10일부터 월 2회 금요일 '비아이플러스 데이'를 마련, 전일(8시간) 외부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6개월간 시범적으로 월 2회 주4일제인 이른바 '놀금'을 시행한 바 있다. 이를 부분적으로 제도화해 올 1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휴무일로 하는 '리커버리데이' 제도를 마련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올해부터 근무 시간과 공간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근무제 '카카오 온'을 시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파일럿으로 시행한 '놀금' 제도에서 직원들이 같은 날 함께 쉬는 것에 대한 좋은 반응이 있었던 것을 반영해 '리커버리데이'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과 SK스퀘어는 격주 금요일 휴무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당초 매달 셋째 주 금요일 시행했으나 주4일 근무제 확대가 생산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지난해 6월부터 월 2회로 확대했다. 기존엔 2주 단위로 80시간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한 달 단위로 160시간 근로시간을 스스로 설계해 휴무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명절 연휴가 끼어 있으면 길게 쉴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하고 개인에게 편한 날짜로 휴무일을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며 "업무시간은 동일하기 때문에 생산성 면에선 이전과 같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 연차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니 개인 시간 활용이 더욱 효율적이고 그만큼 직원들의 반응이 좋다"며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주4일제, 세계 각국의 관심사… "모두를 위한 진정한 승리"


사진은 카카오 신사옥 아지트. /사진=임한별 기자
주4일제는 전 세계적 관심사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화두였다. 근무 유연성에 대한 여망을 해결할 수 있는 답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근로자들의 이익이나 기업의 생산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수준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주4일제 패널토론'에 참석한 카린 판 헤닙 네덜란드 사회고용부 장관은 "처리해야 할 업무가 쌓여있는데 같은 생산성을 가진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한꺼번에 줄이는 부담을 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제 산별노조 유니 글로벌유니온의 크리스티 호프먼 사무총장은 "시급을 받는 근로자들의 경우 근무 시간을 늘어나야 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근로 시간 단축을 반기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주4일제의 장점이 확실한 만큼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한 세기 동안 많은 국가에서 주 5일제를 유지했다"며 "이젠 다른 모델(주4일제)을 시험해 봐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인재발굴 회사인 란츠타트의 산더르 판트노르덴더 최고경영자(CEO)는 "직장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직원은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은 고객 모시듯 인재를 존중해야 한다"며 "인재 풀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근무 유연성은 비즈니스의 필수 요소로 이를 고려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외엔 주2일제를 시행하는 기업도 있다. 일본 항공사 전일본공수(ANA)는 오는 4월부터 일본에 거주하는 객실 승무원 8500명을 대상으로 주2일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운항에 영향이 없도록 주2일 근무 승무원 수의 상한선을 정할 방침이다. 육아·지방 이주·병간호 등의 이유로 단축 근무가 인정된 승무원은 연간 휴일 수를 미리 정하고 유연하게 교대근무를 할 수 있다.

특정 노선에만 집중해 근무할 수도 있다. 세계 각국에서 주4일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포데이 위크 글로벌(4Day Week Global)은 지난해 11월 말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미국·아일랜드·호주 등 기업 33곳의 직원 903명이 참가, 6개월간 주4일제를 시행하되 급여와 생산성은 100% 유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직원들의 스트레스 수치(5점 만점)는 3.15에서 주4일제 시행 직후 2.95로, 번아웃 수치는 2.74에서 2.30으로 각각 감소했다. 반면 일과 삶의 균형 등 삶의 만족도는 3.17에서 3.35로 올랐다. 정신 건강 역시 3.03에서 3.33으로 상승했다.

연구에 참여한 킥 스타터(Kick starter)의 전략 책임자 존 릴랜드는 "주4일제는 모두를 위한 진정한 승리였다"며 "직원들이 근무에 더욱 열정적으로 집중해 이전보다 목표를 잘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수지 머니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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