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불청객 안면마비, 최초 3일이 치료 골든타임”

정진수 2023. 2. 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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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조 대한안면신경학회 학술이사
안면신경 장애로 얼굴 뒤틀림·비대칭
대부분 벨 마비·대상포진에 의해 발발
염증 유발 등 추운 날씨엔 발생률 상승
고령층 겨울철 발생률 20대보다 4배 ↑
초기 스테로이드 치료로 합병증 예방
규칙적 식생활·운동 등 면역력도 중요

“안면마비는 찬바람이 부는 겨울철, 1∼2월에 많이 발생합니다. 안면마비가 생기면 72시간 이내 고농도 스테로이드 치료를 통해 빠르게 부종과 염증을 줄여야 신경 손상으로 생기는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조기에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전범조 대한안면신경학회 학술이사(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면마비와 관련한 초기 대응을 거듭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10여년간 병·의원을 방문한 원인 불명의 안면마비인 ‘벨 마비’ 환자는 40%가량 늘었다. 전범조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젊은 층에서 한방 대신 이비인후과 방문을 통한 진료를 많이 받으면서 통계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발병률은 10만명당 70∼100명 정도로 볼 수 있다”며 “안면마비 치료에 중요한 초기 고농도 스테로이드 치료는 한방에서도 ‘진료지침’에서 권하고, 세계적으로도 이견이 없는 치료인 만큼 마비가 왔을 때 정확한 진단을 통해 조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정부성모병원 제공
흔히 ‘구안와사’라고 불리는 안면마비는 원인 불명의 ‘벨 마비’(급성특발성안면마비)를 이르는 말이다. 전 교수는 “특히 70대 이상 고령층의 겨울철(12∼2월) 발생률이 10만명당 60.56명으로 20대의 10만명당 13.33명보다 4배 이상 높은 만큼 겨울철 보온과 건강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전 교수와 일문일답.

―안면마비란 무엇인가.

“얼굴에는 40여개의 근육이 존재해 미세한 표정을 짓는다. 안면근육을 움직이는 것은 뇌의 7번째 신경인 안면신경이다. 안면신경은 두개골에서 얼굴 양측으로 빠져나와 각 측면에서 안면근육을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이 안면신경에 장애가 발생하면 얼굴 뒤틀림과 비대칭이 발생한다.”

―원인은 무엇인가.

“안면마비의 많은 경우는 벨 마비와 대상포진에 의한 마비다.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벨 마비는 전 세계적으로는 10만명당 50명, 국내에서는 10만명당 70∼100명 정도로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이외에 두부 외상, 귀나 침샘의 종양이나 염증 등에 의해 안면마비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구체적인 증상은 무엇이 있나.

“마비된 쪽의 이마 주름이 펴지고 눈이 감기지 않으며 입꼬리가 아래로 처진다. 코 주변 근육이 마비되면 코의 구멍도 좁게 만들어 숨을 원활히 쉬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안면신경은 또 혀의 미각과 고막과 연결된 귓속 작은 뼈의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어 눈꺼풀이 감기지 않아 안구건조증, 식욕 저하, 침샘 분비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겨울철에 안면마비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의 정준희 교수와 2008∼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벨 마비 환자를 분석한 결과 벨 마비는 1월 가장 높고 6월에 가장 낮은 확실한 주기성을 보였다. 겨울의 낮은 기온이 환자의 면역 기능을 저하시켜 벨 마비의 주된 원인으로 추정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1형의 재감염을 유발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추위로 인해 안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의 점성이 높아져 신경에 공급되는 혈관의 허혈과 부종이 발생해 안면신경의 염증을 유발하는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

―뇌졸중으로 인한 안면마비와 차이는 무엇인가.

“가장 간단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이마 주름이다. 신경을 전깃줄에 비유하자면 여러 전선이 모여 하나의 신경을 이루고 있다. 그 신경이 여러 갈래로 분리되어 각각의 근육에 신호를 전달하는데 안면신경 다발 중에 이마의 주름과 관련된 신경은 양측 대뇌의 명령을 동시에 받아서 안면신경으로 전달한다. 한쪽 대뇌의 뇌졸중과 같은 이상에서는 건강한 반대 측 뇌가 도움을 줄 수 있어 눈 주변과 입가 아래는 마비가 되어도 이마의 주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벨 마비는 이마에도 마비가 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안면마비는 보통 천천히 심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뇌혈관질환은 초기부터 의식 이상, 심한 두통 및 어지러움 등 다른 증상이 함께 동반돼 나타난다.”

―안면마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나.

“완치나 회복의 정도는 처음 마비가 얼마나 심하게 왔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산불에 비유하자면 심하게 불이 난다면 다시 숲이 건강해질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초기 평가가 중요하다. 얼굴 움직임을 6단계로 평가하는데, 1단계가 정상, 6단계가 완전 마비다. 보통 4단계 이하 마비는 정상에 가깝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이때 조기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잘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안면마비의 후유증은 어떤 것이 있나.

“안면마비가 5∼6단계로 심하게 온 경우 안면 비대칭이 오랜 기간 남을 수 있다. 또 눈을 깜빡일 때 입꼬리가 함께 움직이거나, 입술을 움직일 때 눈이 깜빡거리는 등의 연합 운동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재활 치료가 중요하다. 1년 정도 지나서도 눈이 끝까지 감기지 않거나, 반대로 눈이 안 떠지는 경우는 안과나 성형외과적 접근을 할 수 있다.”

―안면마비를 예방할 수는 없나.

“벨 마비 원인으로 추정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은 면역 기능과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평소 규칙적인 식생활과 적절한 운동, 겨울철 보온 등에 신경 써야 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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