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 보육교사 처우 개선이 진정 역차별일까요 [송민섭의 통계로 본 교육]

송민섭 2023. 2. 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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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유치원 교사 실태 살펴보니
“4년제 대학·사이버대 출신 동급 안 돼”
임용고시 치른 국공립유치원 교사 반발
보육교사 30% 4년제 출신… 고졸 13%뿐
처우격차 해소 ‘교육 질 제고’ 기회로 보길
“자격 조건, 취득 과정이 다른데 국가예산으로 재교육까지 시켜서 동일한 교사 대우를 하는 건 역차별, 노력에 대한 불공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2026년까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육·보육 격차를 해소하는 유보통합을 추진한다는 뉴스에 달린 댓글 중 하나입니다. 유보통합 추진 방안에는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돼 있는 관리 체계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것을 비롯해 유치원·보육 교사 자격 및 양성체계 통합과 현직 유치원·어린이집 교원들의 처우 격차 해소라는 중장기 과제도 담겨 있습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우려와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4년제 대학을 나오고 수십대 1의 임용시험 경쟁까지 치른 자신들이 왜 사이버대나 학점은행제 등에서 교과목·학점 이수만으로 자격을 취득한 보육교사와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느냐는 이유에서죠. ‘유보통합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동급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댓글도 눈에 띄네요.

그런데 보육교사 상당수가 2년제 전문대학 이하 학력이라는 이들 주장은 사실일까요? 보육교사를 관리하는 복지부에 관련 자료가 있습니다. 복지부는 3년마다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 등의 학력, 전공, 자격, 급여 수준 등에 관한 전국보육실태조사를 실시하는데 3300개 어린이집, 1만5586명을 표본조사한 2021년 자료가 최신 버전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보육교사의 최종학력은 3년제 이하 대학 재학·졸업이 54.5%로 가장 많았습니다. 2015년 51.2%, 2018년 53.2%보다 늘었네요. 4년제 이상 대학 재학·졸업은 29.5%로 6년 전보다 2.0%포인트 늘었고, 고졸은 12.5%로 6년 전보다 6.0%포인트 줄었습니다. 이들의 최초 보육교사 자격 취득은 2년제 대학(40.7%), 교육원(25.9%), 4년제 대학(18.6%) 등의 순입니다. 6년 전 조사 때는 각각 37.1%, 32.7%, 16.1%였습니다.

보육교사 4명 중 1명가량은 1년 정도 교육원을 다녀 자격을 취득한 셈이긴 한데 학점은행제나 사이버대학을 통해 보육교사가 된 분들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2021년 기준 학점은행제 6.7%, 사이버대학 5.6%에 불과합니다.

물론 어린이집 유형별로 교육원·학점은행제·사이버대학에서 자격을 취득한 보육교사 비율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국공립과 사회복지법인, 법인·단체, 직장 어린이집에선 이들 비율이 6.9%(직장)∼26.6%(법인·단체)에 그쳤지만 민간·가정 어린이집에선 43.0%(민간)∼58.8%(가정)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유치원·보육 교사 급여 차이도 알아봤습니다. 복지부의 같은 조사에서 보육교사의 평균 월 총급여(세전 기준)는 기본급 199만8000원, 각종 수당 63만8000원으로 263만5000원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역시 248만5000원(가정)부터 293만4000원(직장)까지 유형별 어린이집 교사 급여는 큰 차이가 있네요.

유치원 교사는 어떨까요? 국공립 유치원교사의 경우 초·중·고교 교사들처럼 호봉대로 170만∼557만원의 봉급과 함께 상여수당, 가계보전수당, 특수근무수당 등을 받습니다. 사립유치원 급여 수준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데 2019년 기준 평균 급여가 265만원(처우개선비 65만원 포함)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2021년 월평균 급여가 3876달러(약 477만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유아 전담교사의 월급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보통합은 뇌·정서 발달에 매우 중요한 영유아기 아이들이 기관에 상관없이 양질의 교육·돌봄 서비스를 공평하게 받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유치원 체제도, 어린이집 체제도 아닌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3의 모형을 개발하고 교육·보육 교사들 처우 역시 국공립 유치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 수준을 넘지 못합니다. 이번 유보통합 논의가 서로를 비난하기보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역량과 여건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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