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욱 버시스 대표 “메타버스서 ‘최애’ 뮤지션 음악 내 마음대로”
“음악감상 수단 대전환 기대…수동적 청취→상호작용적”
새로운 음원 짜 맞춰 수익도 창출…“유료서비스 수요 확신
스마트폰 기본 탑재 앱·자율차 엔터 디바이스로 영역 확산 전망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에디슨이 레코드플레이어를 발명하기 이전의 음악은 ‘대화’였습니다. 같은 악보를 보더라도 연주자에 따라 모두 다른 연주가 이뤄졌습니다. 관중의 반응을 보면서 변주도 하고 연주자들끼리 소통도 했죠. 에디슨의 위대한 발명으로 인해 음악은 대중화됐지만 오히려 정형화에 갇히게 됐습니다. 메타버스 기술을 통하면 수동적 청취에 갇혀 있던 음악을 다시 상호작용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겁니다.”
버시스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메타버스 음악 애플리케이션 ‘메타 뮤직 시스템 포 스트리밍’으로 스트리밍 분야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메타버스 시대에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로 감상자가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크리에이터로서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형태다. 아직 이름은 정하지 않았지만 올해 여름께 좀 더 구체화한 앱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중음악 최고 권위 빌보드서도 인정”
버시스는 CES 이후 빌보드가 선정한 ‘빌보드 베스트 오브 CES 2023’에도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는 버시스를 소개하면서 “창작자들이 청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가들과의 네트워킹에도 훌륭한 도구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팀원들이 대부분 음악을 좋아하는데 대중음악계의 가장 권위 있는 빌보드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모두 고무됐다”며 “음악계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 다시 빌보드에서 조명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버시스의 메타 뮤직 시스템은 게임 속 모습과 같은 메타버스 세계에서 펼쳐진다. 내가 고른 음악을 플레이한 뒤 자신의 캐릭터를 이동하면 내 캐릭터에 따라 음악이 변화한다. 화면 내 환경도 음악에 맞춰 움직인다. AI를 통해 사용자의 감정을 파악해 그에 맞는 음악을 제공하기도 한다.
뮤지션의 인격을 담은 챗봇과 다양한 대화까지 이뤄질 수도 있고 메타버스 세계에 맞게 다른 접속자들과의 소통도 가능하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음악 파일을 넣으면 악기별로 분해하는 시스템과 이를 활용해 새롭게 생성하는 엔진도 갖추고 있다. 이용자가 임의로 아티스트의 음악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얘기다. 원작자와 새로운 음악에 대한 수익만 공유한다면 이용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원곡을 변형해 판매할 수 있도록 계약도 이뤄졌다. 원곡은 제공하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창작 활동과 수익창출이 가능한 새로운 플랫폼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 대표는 이미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대기업들과 소통을 하면서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CES에서도 관심들이 컸고 비즈니스적인 접근도 더욱 많아졌다.
그는 “지난해 CES까지만 해도 기술적 가능성에 심취했다면 1년 동안 비주얼, 소통, 상호작용 등을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이 부분에 집중했다”며 “이를 통해 관심을 많이 받으면서 우리가 만든 기술이 조만간 음악산업에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K팝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 역시 유리한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손을 잡지 않더라도 K팝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면 파급력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사용자 테스트를 통해 5000원~2만원까지 내겠다는 수요를 확인한 만큼 1만원 수준의 유료 서비스로 선보일 것”이라며 “대형 기획사의 유명 아이돌과 함께할 경우 수십억원의 매출은 쉽게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시 흑자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지금은 음악이 공짜인 시대이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음악의 가치를 높여 많은 수익이 음악계로 돌아갈 수 있는 기술을 지향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이력도 눈길을 끈다. 그는 경희대 작곡과를 졸업한 음악가 출신이다. 뮤지션들의 처우를 고민하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사실 대학 입학 후에도 피아노는 잘 치지 못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컴퓨터를 활용한 음악에 일찍 눈을 뜬 기회가 됐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경험을 한 이후 삼성물산에 입사해 신규사업을 담당하다 조인트벤처를 차렸다. 스트리밍 음악서비스 ‘도시락’ 등을 개발해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영화는 비디오 게임화가 이뤄지는데 음악은 왜 그렇지 않을까’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면서 미국 카네기멜런대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국내에서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버시스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프로필 사진을 쓰는 것처럼 소수의 음악가가 아닌 많은 대중들이 음악을 창작하고 즐기면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버시스는 메타버스 시대 음악의 표준을 만들어가는 회사다. 앞으로 경쟁사들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기술력의 벽을 더욱 높여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술적 향상을 넘어 음악팬을 더욱 만족시키고 감동시킬 수 있는 방향에 초점을 둘 계획”이라며 “향후에는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설치되는 음악 서비스나 자율자동차의 엔터테인먼트 디바이스 등으로도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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