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보낸 딸 친정에 부르는" 말린 생선

세종=김훈남 기자 입력 2023. 2. 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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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바다이야기, 어록(魚錄) 시즌2](21)서대

[편집자주]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우리 수산물.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충남의 한 가정집에서 빨랫줄에 서대를 말리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충남이나 전남 지방 식당을 찾거나 가정집에서 한끼 식사를 하면 종종 갈색의 납작한 생선요리를 찾아볼 수 있다. 생선 생김새 탓인지 살이 그리 많진 않아 먹기에 다소 수고스럽지만 얇은 살 만큼이나 진한 생선맛이 일품인 '서대' 요리다. 소금간을 해 바람에 말린 뒤 구이나 찜, 탕등 다양한 조리가 가능해 겨울철 한끼 반찬으로도 제격, 다른 생선에 비해 널리 알려지진 않았어도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은 꼭 찾곤 한다.

혀를 닮은 이 물고기, 혀를 즐겁게 해 준다

전남 지역에서 주로 잡히는 개서대 /사진제공=국립수산과학원

서대는 분류학적으로 '가자미목'(Pleuronectiformes) 중 '참서대과'(Cynoglossidae)와 '납서대과'(Soleidae)에 속하는 어류를 총칭한다. 납서대과 어종은 드문 데다 크기가 작아 참서대과 어류가 주로 식용으로 쓰인다. 어민들은 대부분 '서대' 혹은 '박대'로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서해와 남해에 분포하며 참서대과 중에서는 △박대 △개서대 △용서대 △참서대 △흑대기가 있고 납서대과에선 노랑각시서대가 주로 잡힌다. 시장에서는 껍질을 벗겨 판매하는 탓에 소비자 입장에서 명확한 어종 구분은 쉽지 않나고 한다.

서대의 명칭은 동물의 혓바닥을 닮은 생선 모양에서 유래됐다. 한자로 '설어'(舌漁)라고 불렀으며 우리말로는 '셔대' 혹은 '서대'라고 불렀다. 서대의 영어명칭도 'tongue fish'(혀 물고기) 혹은 'tongue sole'(혀 가자미)인 점을 보면 동서양 구분없이 비슷한 방식의 이름붙이기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설어'에서 앞글자는 이후 'ㄹ탈락'을 거쳐 '서-'로 변화했고, 물고기를 뜻하는 '-대'와 합쳐 지금의 이름이 됐다는 설명이 있다.

참서대과 어류 중 가장 큰 '박대'는 약 70㎝(센티미터)까지 자란다. 종에 관계없이 생김새가 유사한 탓에 어시장의 상인들이나 어민들은 일반적으로 크기가 큰 종을 서대, 작은 종을 박대라고 부르기도 하고, 과거에는 서대와 박대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던 것이 특징이다.

서대의 생김새는 다른 가자미과와 유사하게 옆으로 납작하고 비대칭 모양이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꼬리지느러미와 연결되고 꼬리 지느러미는 끝이 뾰족하다.

봄과 함께 제철 돌아오는 서대…아직 양식은 안돼

건조 서대 /사진제공=국립수산과학원

서대의 주 생산시기는 봄철인 4~6월이다. 이 기간 평균 생산량은 연간 평균 생산량 1881톤(t)의 약 51.7%를 차지한다. 전남 해역에서 주로 어획되는 어종은 '개서대'로 6~8월 산란기 이전에 많이 잡히고 육질이 부드럽고 쫄깃해 이 시기에 주로 먹는다. 개서대가 금어기에 들어가는 7~8월 이후 가을철에는 서대 생산량이 줄어들어 평소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다.

박대 양식기술을 개발한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서대는 전량 어선의 조업을 통해 생산한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서대 종묘 생산을 위한 연구를 수행했지만 아직 완전양식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전남 지역에서는 자연에서 잡은 서대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고 한다.

서대는 "시집 간 딸에게 박대를 보내면 버릇이 돼 친정에 자주 들른다", "내 집에 찾아온 손님을 박대하면 벌을 받고, 박대를 대접하면 복을 받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있는 생선으로 손꼽힌다. 잔가시와 비린내가 없어 남녀노소 두루 즐기기 좋다. 영양 측면에선 칼슘과 그 흡수를 돕는 칼륨이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과 관절염 완화에 도움을 준다. 어린아이와 청소년 뇌 발달과 피부노화 방지, 빈혈 예방에도 좋은 생선이다.

서대는 회무침부터 탕까지 다양한 조리법으로 즐긴다. 여수 등 남해안 지역에서는 회나 회무침으로 즐기고, 반건조 혹은 완전 건조후 생선구이로 즐기는 게 보통이다. 탕이나 조림 역시 농후한 생선 맛 덕에 일품요리로 꼽히고, 살에서 벗겨내 껍질은 묵으로 만들어 먹을 만큼 비린내가 적고 젤라틴이 풍부하다고 한다.

감수 = 김맹진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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