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현실과 동떨어진 ‘농사용전기’ 기준

강선아 우리원농장 대표 2023. 2. 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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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에서 농사용 전기 사용처에 대해 단속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가공식품은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도정한 쌀이나 쉽게 유통하기 위해 1차 전처리한 농산물이 모두 농사용 전기를 쓰는 저온저장고에 보관할 수 없는 과태료 대상이 되는 것은 농가에서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농사용 전기는 어디까지나 농가가 생산비를 절감하고 농업을 지속해 영위할 수 있도록 도움이 돼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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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에서 농사용 전기 사용처에 대해 단속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원칙에 기반한 전력 구축을 위해서인지 새해부터 농업용 저온저장고 단속이 대대적으로 시작됐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저온저장고에 김치·가공식품·쌀 등을 저장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며 주의를 줄 만큼 현장에서 많은 마찰이 발생했다.

농작물을 생산해서 가공하는 것 혹은 유통하기 전까지 신선하게 보관하는 데 저온저장고가 큰 역할을 한다. 보통 농가마다 크든 작든 하나씩은 있다. 문제는 농사용 전기를 사용하는 저온저장고에 농산물만 보관해야 한다는 조건을 농가와 한전이 완전히 다르게 해석하는 데서 시작한다.

생산된 농산물을 말리고, 가루 내고, 쪄내고, 가공해서 판매하는 것 등은 요즘 농가에서 기본적으로 하는 농업 생산의 영역이다. 콩으로 메주를 쑨 것도, 배추를 절여 김치를 담근 것도 모두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한 것으로 저온저장고에 으레 보관해왔는데 그것이 집중단속의 요건이 된다는 것은 농민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가공식품은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도정한 쌀이나 쉽게 유통하기 위해 1차 전처리한 농산물이 모두 농사용 전기를 쓰는 저온저장고에 보관할 수 없는 과태료 대상이 되는 것은 농가에서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번 단속이 여전히 제도 속의 농업은 땅을 파서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 얻는 1차 생산영역에 국한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지난해말 농사용 전기요금이 다른 계약 종별에 비해 월등히 높게 책정되며 인상됐을 때도 이미 비료·면세유 등 모든 생산비가 다 폭등한 상황이었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부담만 가중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엔 한전이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김치가 저장된 저온저장고 등에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뉴스를 보고 많은 농민은 한숨을 내쉬며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물론 농민이라고 농사용 전기를 투명하고 합법적으로만 사용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적발된 사례처럼 농사용 전기를 임시건축물이나 가전제품 등 주택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분명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처벌하고 개선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농사용 전기는 어디까지나 농가가 생산비를 절감하고 농업을 지속해 영위할 수 있도록 도움이 돼야 하는 것 아닐까.

지금의 농사용 전기 사용 조건은 오늘날 발달한 농산업에 대한 반영이 전혀 없는, 1차 생산에 집중했던 과거의 규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농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국가가 나서서 농산물을 활용한 2차 제조가공을 지원·확산해왔고 앞으로의 농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2차 가공은 필수 불가결하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한전의 제재와 단속으로 인한 하나의 뉴스로만 남기지 말고, 정부는 온 세상 앞에 드러난 농산업의 변화를 법에 반영하길 바란다. 기존 농사용 전기에서 ‘농산업 전기’로 그 사용에 대한 한계와 기준을 새롭게 정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강선아 (우리원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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