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라면에서 1군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박태균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 2023. 2.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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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만 정부가 한국의 한 라면 제품에서 검출됐다고 발표한 '에틸렌옥사이드'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라면에서 검출된 에틸렌옥사이드가 1군 발암물질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위험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1군 발암물질이 두렵다고 해서 외출을 자제하고 X선 검사를 피한다면 득보다 실이 큰 셈이다.

IARC가 발암물질로 분류한 나이트로소아민과 에틸카바메이트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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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만 정부가 한국의 한 라면 제품에서 검출됐다고 발표한 ‘에틸렌옥사이드’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원래 이 물질은 세균을 없애는 멸균 용도로 많이 사용했다. 세균을 다루는 연구실 직원이나 대학원생에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엔 이 물질이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에 사용하는 면봉에 포함됐다고 알려져 사람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일부 면봉 제조업체는 멸균 과정에서 에틸렌옥사이드를 사용한다.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주사기도 에틸렌옥사이드로 멸균한다.

하지만 PCR 검사용 면봉을 멸균하는 과정에서 에틸렌옥사이드가 사용됐다고 해서 암 발생 위험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발암성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물질이라고 해도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노출돼야만 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발암물질에 한번 노출된다고 해서 바로 암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라면에서 검출된 에틸렌옥사이드가 1군 발암물질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위험한 것도 아니다. 뉴스에서 “1군 발암물질 검출” 같은 소식을 전하면 대중은 ‘1’이란 숫자 때문에 이를 실제보다 훨씬 큰 위험으로 받아들인다. 1이란 숫자를 앞세우면 많은 사람이 직감적으로 사안이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의 의미를 알면 지나친 공포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에틸렌옥사이드 같은 발암물질은 문자 그대로 ‘암을 일으키거나 그 발생을 증가시키는 물질’이다. 암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발암물질은 화학물질·미생물 등으로 다양하다. IARC는 발암 의심 물질별로 그룹을 정해 발표한다. 이때 전세계에서 모인 15∼3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협의체(워킹그룹)가 중심이 돼 분류작업을 한다. 최종적으로 발암 의심 물질은 ‘1군-2A군-2B군-3군-4군’ 등 5개군으로 구분한다.

IARC는 인체에 관한 역학연구 자료가 충분하면 동물실험 자료와 무관하게 ‘1군’으로 분류한다. 인체 역학 자료가 제한적(미흡)이지만 동물실험 자료가 충분하면 ‘2A군’, 인체 역학 자료가 불충분하거나 제한적이면서 동물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으면 ‘2B군’으로 정한다.

IARC의 1군 발암물질 명단에 포함된 것은 여러 역학연구로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증명된 물질이다. 대표적인 게 담배다. 하지만 1군 발암물질에 소량으로 단기간 노출돼도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대표 사례가 선탠 기구다. IARC는 자외선 발생 전구와 선탠 기구를 1군 발암물질에 포함했다. 30세 이전부터 선탠을 자주 했다면 흑색종 같은 피부암 발생 위험이 다소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선탠을 무조건 거부하거나 암에 걸릴까봐 밤잠을 설칠 필요는 없다.

IARC의 1군 발암물질 목록엔 ▲태양의 자외선 ▲여성갱년기 치료제(호르몬제) ▲흡연 및 간접흡연 ▲X선 검사 ▲폴리염화비닐(PVC)의 주원료인 염화비닐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1군 발암물질이 두렵다고 해서 외출을 자제하고 X선 검사를 피한다면 득보다 실이 큰 셈이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김치와 포도주에도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IARC가 발암물질로 분류한 나이트로소아민과 에틸카바메이트가 포함됐다. 하지만 김치나 포도주를 발암 식품으로 보지 않는다. 그 양이 무시해도 될 만큼 극미량이기 때문이다. 김치와 포도주의 풍부한 항암·항산화 성분은 발암성 물질의 해악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식품 유해물질 검출 사고는 식품회사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한다. 하지만 현명한 소비자라면 실제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박태균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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