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간발의 차이

관리자 2023. 2.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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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세대 가운데 많은 이들이 이탈리아 작가 에드몬도 데 아미치스의 동화 <사랑의 학교> 를 읽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영토가 넓고 천연자원이 풍부했음에도 미래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등한시해 오늘과 같은 경제위기에 처한 것이다.

경제 상황의 부침에는 특정한 경향이 나타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풍요로운 자원에만 의존한 국가의 경제적 영화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전쟁 후 각국의 경제 환경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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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강국이었던 아르헨티나
세계경제흐름 등져 부침 겪어
영원한 대국도 소국도 없는법
러·우크라 전쟁 포화 멎으면
국제사회 대격변 소용돌이로
‘변화 대응력’이 국운 가를것

19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세대 가운데 많은 이들이 이탈리아 작가 에드몬도 데 아미치스의 동화 <사랑의 학교>를 읽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엄마 찾아 삼만리>도 이 작품에 포함됐다. 마르코라는 이탈리아 소년이 가족을 위해 돈 벌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난 엄마를 찾아 나서는 내용이다. 비교적 젊은 연령층은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돈을 벌러 갔다는 내용에 의아해하기도 한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지만 이탈리아는 여전히 경제대국이다. 반면 아르헨티나 경제는 어려움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상대적으로 경제가 풍요로운 국가에서 그렇지 못한 나라로 돈을 벌러 가냐는 의문이 들 만하다.

이런 의문은 동화가 쓰인 19세기말 상황을 이해하면 쉽게 풀릴 수 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쇠고기를 신선하게 유럽으로 운반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냉동선 ‘파라과이호’를 선보이며 신흥 경제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고려하면 아르헨티나로 외화벌이를 떠난 정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문제는 이후 국제 경제의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단기필마로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는 정책을 지속했다는 점에 있다. 영토가 넓고 천연자원이 풍부했음에도 미래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등한시해 오늘과 같은 경제위기에 처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가운데 가파른 경제성장을 이룩한 예도 있다. 한국과 대만이 대표적이다.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경로를 보인 국가는 베네수엘라가 있다. 석유 매장량이 세계 1위임에도 국가 경제는 부도 일보 직전이다. 이처럼 지난 60년간 세계 경제의 명암은 국가별로 엇갈린 형국을 보여준다. 경제 상황의 부침에는 특정한 경향이 나타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풍요로운 자원에만 의존한 국가의 경제적 영화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이 산업을 다양화하려는 것은 역사적 교훈을 학습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지속적 변화 없이 자원으로 축적한 부는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기 어렵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전쟁 후 각국의 경제 환경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변화는 국가가 처한 상황에 따라 위협 혹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앞서 예로 제시한 국가들과 달리 자원이 아닌 기술과 지식에 기반해서 경제를 성장시켰다. 역설적으로 자원이 없었기에 더욱 기술과 지식에 집중하는 경제정책을 지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한국도 최근의 전쟁 여파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의 여파는 지난해에는 금융산업에서 맹위를 보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실물경제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역시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대만과 더불어 여전히 세계 반도체 시장의 강자임에도 최근의 여러 경제지표가 보여주는 전망은 주의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다만 한국처럼 자원이 부족한 국가 가운데 선진국이 많다는 점과 외부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우리에게 충분하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에 해당한다.

올해 국제 경제는 전례 없는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때 국가별 대응은 향후 오랜 기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름할 간발의 차이를 불러올 것이다. 영원히 성공하는 국가도, 실패하는 국가도 없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요동칠 상황에 앞서 다시 한번 냉철한 판단으로 우리의 역량을 보여줄 때다.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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