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아니면 2번 '승자독식' 깨려면 비례대표 강화해야" [속도내는 선거구제 개편 논의(下)]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 강조
일부 "현행 대통령제와 맞지 않아"
꼼수 개편으로 끝날까 우려도
우선 현 선거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거대 양당 체제 독점 구조를 유지·강화하는 것이라는 진단이 제기됐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5일 본지에게 "'영남과 호남'이라는 지역적 균열 구조를 바탕으로 이념과 세대, 계층 등 모든 갈등 구조가 거대 양당 체제 독점 구조 안에 편입돼 있다"며 "그 결과 언제 어디서든 선거 구도는 기호 1번과 2번의 대결로 압축된다"고 지적했다. 제3당이나 소수 정당 등이 힘을 얻을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없기에 대화와 타협의 의회 정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한국 사회가 선진국이 되면서 훨씬 다변화·다원화됐다.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집단이 많이 생긴 것"이라며 "그런데 정당이 (사실상) 두 개밖에 없으니 그 의견을 다 수렴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부동층·중도층이 굉장히 많으면서도 이렇다할 중도 정당이 없고 투표 불참자도 많은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거대 양당 체제 독점 구조를 해소하려면 대안적 선거제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중대선거구제가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비례대표 확대도 보완책으로 꼽혔다.
박 교수는 "한 선거구에서 3~5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면 제3당 후보나 소수 정당 후보도 당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칫 양당 후보가 전 지역구에서 모두 당선될 수도 있을 것이기에 비례대표 의원 정수를 100석 이상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 선거는 지역구에서 의석이 많지 않은 제3당, 소수 정당 등이 원내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제 원칙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 평론가도 "비례대표 의원 숫자를 더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위성 정당' 사태 방지책이 꼭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전문가들은 또 비례대표를 늘리기 위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국회의원 세비 감액 등을 필수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이 평론가는 "정수를 확대하려면 의원 세비부터 일단 반으로 줄여야 한다. 지금은 의원 혜택이 너무 많다"며 "유럽의 경우에는 학교 교사가 의원과 페이가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한국 의원에게는 거의 미국 상원의원급 대우를 해 준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는 현 대통령제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는 "선거 제도를 얘기할 때 제일 큰 원칙은 권력 구조와의 조응성"이라며 "대통령제인 나라 중 중대선거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곳은 거의 없다. 대통령제와 조응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중대선거제를 했을 때 집권당이 과반을 넘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그러면 그것이 정국 안정을 가져올 수 있나. 대통령제를 하면서 연립 정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안정성을 가져오나"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선거구제 변경 등에 대한 찬반과는 별개로 현재 국회에서 이뤄지는 선거제 개편 논의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병 교수는 "이번에도 용두사미나 꼼수 개편 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차원 전문가 위원회 등을 제도화해 제3의 기구에서 선거법 개혁을 이뤄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평론가도 "점진적으로 도입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한두 군데 정도 중대선거구제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격전지를 중심으로, 서로 나눠 먹는 식으로 거대 정당이 또 꼼수를 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정경수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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