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지금은 춘래불사춘

심은섭 2023. 2.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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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4대 절세미인으로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를 손꼽는다.

그중에서 왕소군은 전한(前漢) 원제(元帝)의 궁녀로 이름은 '장'이고, 소군은 그의 자(字)이다.

3.4구의 "자연히 옷 띠가 느슨해지니/이는 허리 몸매 위함이 아니라오"라는 뜻은 왕소군이 '흉노왕으로부터 칙사 대접을 받았지만 고국을 그리워하는 향수병으로 입맛이 없어 몸이 수척해져 허리띠가 느슨해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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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섭 가톨릭관동대 교수

중국에서 4대 절세미인으로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를 손꼽는다. 그중에서 왕소군은 전한(前漢) 원제(元帝)의 궁녀로 이름은 ‘장’이고, 소군은 그의 자(字)이다. 원제는 시간과 때를 가리지 않고 걸핏하면 쳐들어오는 흉노족을 달래기 위해 흉노의 왕인 호한야선우에게 정략결혼을 제의하게 되었고, 그 희생양이 궁녀였던 왕소군이다. 즉 그녀는 흉노족과 화친정책의 희생물로 흉노왕에게 시집을 갔던 불운의 여인이다. 이런 처지의 왕소군을 두고 중국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지은 시가 ‘소군원(昭君怨)’이다.

이 시의 내용은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자연의대완(自然衣帶緩)/비시위요신(非是爲腰身)’이다. 이 시를 해석해 보면 “오랑캐 땅에 꽃(매화)과 풀이 없으니/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자연히 옷의 띠가 느슨해지니/이는 허리 몸매 위함이 아니라오”라는 뜻이다. 3.4구의 “자연히 옷 띠가 느슨해지니/이는 허리 몸매 위함이 아니라오”라는 뜻은 왕소군이 ‘흉노왕으로부터 칙사 대접을 받았지만 고국을 그리워하는 향수병으로 입맛이 없어 몸이 수척해져 허리띠가 느슨해졌다’는 뜻이다.

흉노왕 호한야선우는 왕소군을 맞이한 날로부터 2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왕소군은 고국 한나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한나라의 원제는 “고국의 평화를 위해 그곳에서 그대로 살라”고 하여, 왕소군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국인 한나라로 돌아오지 못한 채 고국의 평화를 위해 기구한 운명으로 살았다.

한반도에도 봄기운이 일어나고 있다. 절기상 2월 4일이 입춘이었고, 19일은 우수이다. 그러나 서민들의 삶은 ‘춘래불사춘’이다. 그것은 봄이 오고 있지만 봄이 아니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은 고물가,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난방비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취약계층의 시름은 폐광의 동굴 속보다 더 깊어만 간다. 이런 시름을 마땅히 해결해줘야 할 정치권은 서로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취약계층이 겪고 있는 고통이 난방비 폭탄만이 아니다. 고물가 폭탄이라는 지뢰가 시장 골목골목마다 두눈을 부릅뜨고 도사리고 있다. 하룻밤 자고 나면 고공행진을 하는 물가는 서민들에게 결코 ‘봄’이 될 수가 없다. 아랫목 같은 따스한 봄이 없는 봄을 지나 곧장 불볕더위의 팔월을 맞아 등을 또 태워야 한다. 일련의 이런 일들은 ‘물가상승 스트레스증후군’의 원인을 제공한다. 게다가 고금리 폭탄이라는 또 다른 복병이 물에 기름을 붓고 있다. 고금리는 주택난을 부추겨 청년들의 결혼을 늦추게 하거나 결혼을 포기하는 현상을 유발한다. 모두 주지하다시피 이것은 다시 저출산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취약계층은 어느 곳 하나 마음을 따스하게 데울 데가 없다. ‘고물가 폭탄’, ‘난방비 폭탄’, ‘고금리 폭탄’을 해결하는 정책 실종으로 따스한 아랫목을 모르고 사는 취약계층에 더 기댈 곳이 없는 연속되는 삶의 고통이다. 이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의 입학 시즌이 다가오고, 그 입학을 위해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 2월이다. 서민들은 가면 갈수록 태산이다. 한파도 지나가고, 들에는 봄기운이 서서히 깃드는 이런 시기에 정치지도자와 사회지도층은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들이 개인 영달의 탐욕을 방하착 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이 사회는 건강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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