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지 마세요' 없는 전시… 어린이 통제하는 어른을 꼬집다

김민호 2023. 2. 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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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한눈만 팔아도 어디론가 달아나 버리고 전시장 이곳저곳을 운동장처럼 뛰어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전시장 나들이 한번 하려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어려운 전시 내용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풀어서 설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시장 곳곳에 어린이들의 감상을 돕는 장치를 마련했다.

최상호 학예연구사는 "초등학교 1~3학년의 평균 키가 130~135㎝ 정도"라면서 "어린이들이 위에 올라섰을 때 어른 눈높이에서 전시장을 바라볼 수 있도록 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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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포스트모던 어린이 1부'전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포스트모던 어린이 1부' 전시에서 어린이 관람객이 발판 위에 올라서 전시물을 만져보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어린이들이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밟고 다니는 단(발판)을 가장 좋아합니다.”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잠시 한눈만 팔아도 어디론가 달아나 버리고 전시장 이곳저곳을 운동장처럼 뛰어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전시장 나들이 한번 하려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아동기의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이런 행동에 곱지 않은 시선이 부쩍 늘어난 요즘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어린이들이 전시장을 뛰어다녀도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 현대 미술 전시가 열리고 있다. 어려운 전시 내용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풀어서 설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시장 곳곳에 어린이들의 감상을 돕는 장치를 마련했다.

지난달 17일부터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포스트모던 어린이 1부’ 전시를 지난달 26일 찾아가 봤다. 이번 전시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현대 미술 작품 130여 점을 통해 어린이가 훈육의 대상으로만 인식되는 데 의문을 던진다. 어린이를 가르치고 통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설정하는 ‘보편타당한 상식’이 실은 어린이의 천진난만한 속성을 부정하고 억압했다는 점을 드러낸다. 학생들이 필기한 흔적만 남기고 본문을 지워낸 교과서(양혜규 작가의 작품 '무명 학생 작가들의 흔적') 등이 눈길을 끈다.

전시장에는 곳곳에 어린이들의 이해를 돕는 장치가 있다. 먼저 전시장 입구에는 동화책 작가 안녕달이 전시의 기획 의도를 쉽게 풀어낸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큰 힘을 가진 어른들’이 “세상에는 해야 할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라고 말하면서 아이들을 팔로 가두는 그림, “어른들은 규칙을 잘 따르는 어린이를 칭찬하고 규칙을 따르지 않는 어린이를 혼냈습니다”라고 설명하는 그림 등을 통해 어린이들이 전시 의도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동화책 작가 안녕달이 전시의 기획 의도를 쉽게 풀어낸 그림이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장 벽면에 그려져 있다. 김민호 기자

작품 설명 역시 어린이들을 위해 쉽게 쓰여 있다. 설명은 어른 무릎보다 조금 높은 지점에 적혀 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을 위해 전시장 바닥에 “궁금하면 물어보아요”라는 안내문도 붙어 있다.

무엇보다 전시장 가운데 설치된 길다란 발판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린이들이 그 위를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설계된 발판은 높이가 40㎝ 정도다. 최상호 학예연구사는 "초등학교 1~3학년의 평균 키가 130~135㎝ 정도"라면서 "어린이들이 위에 올라섰을 때 어른 눈높이에서 전시장을 바라볼 수 있도록 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손대지 마세요' 또는 '눈으로만 보세요' 같은 안내문은 전혀 없다. 관람객으로부터 작품을 보호하기 위한 안내선도 그어져 있지 않다. 혹시 작품이 훼손될 걱정은 없을까. 최 학예연구사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잘 지도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며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관람하도록 구상한 전시장”이라고 말했다. 전시회는 4월 23일까지 열린다. 입장료는 무료다.

부산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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