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安 이기면 대통령 탈당” 얘기까지 나온 與 경선판

조선일보 2023. 2. 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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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김기현, 안철수 의원이 2월 5일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구 갑·을 당협 합동 당원대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이 대통령실과 안철수 의원 간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 안 의원이 ‘윤·안 연대’를 내세운 것을 두고 대통령실은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며 안 의원을 공개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의 후원회장이자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다는 인사는 “안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해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했다. 친윤 진영이 원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되면 대통령이 탈당하고 분당(分黨)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대통령 의중을 각자 유리하게 해석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 탈당까지 거론하는 것은 도를 한참 넘었다.

여권 일각에서 전당대회 이후 친윤과 비윤 갈등으로 당이 갈라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여겨져왔다. 그럴 경우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하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도 표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특정 후보 측에서 공개적으로 이 얘기를 꺼낸 것은 경선에서 이기기 위한 선거 공학적 의도일 것이다. 이번 당대표 경선은 당을 혁신하고 총선 승리로 이끌어 윤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적임자가 누구냐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대통령 탈당’을 앞세운 것은 당원들에게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강요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안 의원의) ‘윤·안 연대’ 주장은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정말 잘못된 표현”이라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란 표현도 대통령 참모를 간신배로 몰고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인사들은 “안 의원이 윤심(尹心)은 아니다”라고 했고, 윤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전하면서 “윤핵관 표현으로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선 듯한 모양새로 비쳤다.

안 의원이 경선에서 ‘윤·안 연대’를 내세운 것은 ‘윤심’에 기대려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 대통령과 당대표 후보가 어떻게 연대하느냐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특정 당대표 후보를 대놓고 비판하는 것도 전례 드문 일이다.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를 두고 파열음이 난 지 보름도 안 돼 같은 일이 재연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친윤 진영이 이처럼 대놓고 특정인을 공격하고 대통령 탈당까지 거론하는 것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그렇게 해서 특정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 한들 흥행도 감동도 주기 힘들다. 경선이 ‘윤심’ 논란으로 얼룩지면 윤 대통령 국정 운영이나 총선 승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김기현 의원은 더 이상의 ‘윤심 발언’을 중단하고 대통령실도 말을 아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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