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벼랑 끝에 선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홍광식 변호사 2023. 2.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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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광식 변호사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충격적이다. 영업이익이 4조3061억 원에 그쳐 전년 동기보다 69% 줄었다. 무엇보다 반도체(DS) 부문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8조8400억원 대비 97%나 줄면서 2700억 원에 그쳤다. 반도체는 삼성전자 영업익의 60~70%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다. 간신히 적자를 면했지만 2009년 1분기 적자를 기록한 후 가장 낮은 수치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1조70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이익 4조2195억 원과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4분기 매출과 순손실은 각각 7조6986억원과 3조5235억원이었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19%를 차지한 수출 1위 품목이다.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 비중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가 불황에 빠졌을 때 예외 없이 위기에 처했다. 1997,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그랬다.

이미 세계는 반도체 대전이 한창이다. 한국이 세계 1위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쫓아가는 와중에 일본과 미국 정부도 반도체 산업에 국가 미래가 달렸다고 여기고 막대한 투자를 해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협한다. 일본은 반도체 제조 역량을 확보하고자 TSMC에 4000억 엔(3조8000억 원)을 지원, 일본 내 공장 유치에 성공했다. 작년 일본은 정부가 700억 엔(6650억 원)을 지원해 소니 도요타 키옥시아 등 일본 대표 기업 8개가 뭉친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를 설립했다. 라피더스는 최첨단 반도체만 단기간에 생산하는 전략을 추구하며 삼성전자 TSMC와 차별화된 경쟁을 벌일 계획이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경제안보 핵심 축으로 보고 인텔을 필두로 파운드리 산업을 키운다.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한 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최근 2년 사이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 4개 건설 계획을 내놨고, 내년 3㎚에 이어 2024년 내 2㎚ 반도체 양산 목표를 세웠다. 미국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25% 세액공제를 해주고, 반도체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등에 520억 달러(73조 원)를 지원한다.

막대한 지원에 삼성전자부터 TSMC 마이크론 등이 미국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지난달 7일 대만 입법원(국회)은 ‘대만 반도체법’으로 불리는 ‘산업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6월 입법예고 반년 만에 초고속으로 처리한 것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업의 R&D 비용 25%를 세액공제 해준다는 내용이다. 기존 법안의 공제 비율(15%)에서 10%포인트가 늘어난 것으로, 대만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R&D 혜택으로 꼽힌다.

또 첨단설비 투자에 들어간 비용의 5%도 별도 공제해준다. 대만 정부는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라고도 불리는 자국 최대 기업 TSMC와 ‘원팀’처럼 움직인다. 세계 반도체 1위를 노리는 TSMC는 첨단 기술력과 함께 대만 전역에 반도체 공장을 빠른 속도로 확장하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대만은 반도체 공장 건립을 위해 총통부터 각 부처 장관, 지자체장까지 원팀을 꾸려 토지·용수· 인재 공급 계획뿐만 아니라 TSMC의 애로 사항까지 사전에 파악해 대응할 정도다.

꼭 40년 전 1983년 2월 8일 이병철 삼성 회장은 반도체 투자를 결심하고, 3월 15일 초대규모 집적회로(VLSI) 메모리반도체 공장 건설을 선언했다. 2·8 도쿄 결단으로 명명된 한국 반도체 신화가 태동한 순간이었고,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30년간 세계 1위를 유지해 왔다. 현재는 글로벌 반도체 대전이 한창이고, 중국의 기술력이 턱밑까지 좇아온 상태다. 속도전이라는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의 침체에 대한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용인 8년, 평택 7년, 가오슝(대만)·텍사스(미국) 3년, 시안(중국) 2년. 각각 반도체 공장 부지 선정부터 실제 가동에 들어갈 때까지 걸린 기간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우리는 반도체특별법도 언제 통과될지 미지수인 상태다.

정부와 정치권은 설비·R&D 투자 지원은 물론 인력 육성책 등을 꼼꼼히 챙겨주기 바란다. 업계 분발도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든 한국의 자랑이자 우리 산업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잃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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