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독서에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

김성환 작가·김성환 독서교육 대표 2023. 2.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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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작가·김성환 독서교육 대표

책에는 정답이라 말하는 것이 존재한다. 책을 쓴 저자의 의중 혹은 목적이 그것이다. 그러한 연장선에서 누군가는 책을 읽는 행위인 독서에도 정답이 있다고 말한다. 흔히 말하는 목적 독서가 이에 해당하는데, 책을 수단으로 여겨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성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런데 독서에는 정답이 없다. 그렇기에 철학 인문학 등과 같은 복잡다단한 책이라도 아이부터 성인까지 자유롭게 읽어나갈 힘이 생긴다. 정답이 없는 독서를 통해 개인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확장하고, 심연의 바다보다 깊이 타인의 내면에 가닿을 수 있다. 독서에 정답이 없다는 명제는 독자의 범주를 확장하면서 독서가 대중의 품으로 스며들게 했다. 책에 담긴 저자의 의중만큼이나 자신이 해석하고 받아들인 일련의 깨달음이 독서를 지속하게 했고, 더 나아가 독서의 가치를 드높였다.

독서에 정답이 있다면 우리들의 독서는 구텐베르크가 일으킨 인쇄술 부문의 혁명에 버금가는 커다란 변혁을 맞이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심 끝에 독서의 정답에 관한 정의를 내릴 것이며, 정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수많은 이론과 공식을 창조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이란 이름으로 사칙연산 공식을 외우듯 독서의 정답으로 가는 길을 암기하고 공부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현실이 되면 사람들은 독서로부터 점점 멀어질 것이다. 그러한 데는 한국에서 지닌 교육의 ‘보편적 의미’가 배가되어 반영된다. 사전적 의미로 교육이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교육은 순수한 학문의 전당이 아닌 경쟁의 영역에 속한다. 특히 교육의 주 대상인 학생들에게는 경쟁을 넘어 치열한 사투와도 같다. 과정은 배제된 채 누가 정답을 얼마나 빠르게 찾느냐가 중요해진다. 어쩌면 독서에도 일타강사가 존재할 수 있으며, 그의 수업을 듣기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서서 수강 번호표를 뽑으려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독서와는 일정 거리를 두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독서와 교육의 결을 달리하며, 독서와 교육의 연결성을 불신한다. 현재 공교육에서 진행되는 독서 관련 교육은 교과별 수업시수와 수능이란 목표를 향해 달리는 현실 때문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반면에 사교육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교육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사(私)’에 초점이 맞춰져 진정한 독서를 망치는 길이라고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더 독서는 자유로워야 하고, 스스로 힘으로 해야 하며, 마음껏 즐겨야 한다고 외친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각종 기관에서 조사한 독서실태는 잔혹하리만큼 처참하다. 성인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5권이 채 안 되며, 독서율은 ‘한 권 이상 읽은’ 비율이 50%가 채 되지 않는다. 독서와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가지는 문해력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만큼 문제의 영역으로 스며들었다. 이와 관련한 학생들의 수치는 성인보다 나은 수준이나, 이대로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었을 때의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대를 불문하고 낮은 독서량과 독서율은 출판 시장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미침으로써 관련 산업은 악순환의 굴레에 발을 내디딘다. 어쩌면 지금의 독서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위기,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정답이 없는 독서의 영역에 ‘올바른’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가세가 기우는 집의 상황을 보고도 멍하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을까. 아르바이트를 하건, 공부를 하건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 올바른 독서교육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에 그쳐선 안 된다. 읽고, 말하며, 써야 한다. 비경쟁 토론을 통해 상대를 이해함과 동시에 생각의 폭을 확장해야 하며, 똑같은 형식의 틀에 갇힌 독후감이 아닌 책이 한 사람의 삶에 투영되는 글을 써 내려가야 한다. 이런 선순환 과정을 통해서 올바른 독서교육이 지향하는 ‘평생독자’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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