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수산업의 슘페터 경제학

김도훈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 2023. 2.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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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

올해 초 해양수산부 신년 업무보고회에서 대통령은 해양수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특별히 강조했다. 4차산업 기술을 활용해 해양수산업을 혁신하고, 젊은 인력이 유입될 수 있는 산업적 전환을 하라는 의도로 이해된다. 수출 증가를 위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의미로도 판단된다. 산업의 생산성 향상 도모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현재 한계적 상황에 이른 수산업의 현황을 고려할 때 ‘창조적 파괴’만큼의 혁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 통계에 따르면 연근해어업의 어선척당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로, 1996년 평균 31.9t 대비 2020년 현재 23.4t 수준이다. 부산을 근거지로 하는 근해어업의 연간 평균 생산량은 2009년 330t 대비 2021년 248t으로 무려 25%나 감소했다. 그 결과 연안어업에서의 어업소득은 2017년 약 2700만 원을 기점으로 감소, 2020년 현재 2300만 원 수준에 머무른다. 근해어업의 평균 매출액도 2021년 현재 11억6000만 원 수준으로 2011년 약 12억5000만 원 대비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특히 생산성 저하에 따라 근해어업의 수익성이 크게 저하되며,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등 일부 업종은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향후 어업자원의 감소 및 변동에 따라 생산성이 더 저하되거나, 인건비 자재비 유류비 등 각종 어업비용이 상승할 경우 어업경영 악화는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수산업의 대상인 어업자원은 양이 유한해 노동과 자본의 투입요소가 늘어난다하더라도 비례적으로 증가되지 않는다. 오히려 과도한 투입으로 과잉어획이 이루어질 경우 남획이 일어나고 결국 자원은 고갈돼 더 이상 생산이 어려워질 수가 있다. 하지만 어업자원은 스스로 재생산을 하는 자율갱신적 특성을 가져 잘 관리해 재생산량만큼만 어획한다면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우리 인간에게 아주 고맙고 소중한 자원이다. 따라서 수산업의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업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높은 수준의 생산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어업자원은 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가진 공유재로, 소위 ‘공유재의 비극’을 막기 위해 국가가 중심이 되어 집중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있다. 높은 수준의 생산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어업자원 관리는 강화돼야 한다. 현재 어업경영이 어렵다고 해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어업자원 감소로 인한 경영 악화의 악순환만 지속돼 결국 수산업은 더 큰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고, 회복을 위해서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어업생산성이 높은 수산선진국들이 어업자원 관리를 강화하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다.

투입요소에 대한 비용 절감도 도모돼야 한다. 현재 수산업은 여전히 전통적인 1차 산업 수준으로 노동집약적이고, 에너지 소모형의 구조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어업생산량은 줄어드는데 인건비 및 유류비 등이 상승하면서 생산성과 수익성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어업의 인력난 또한 심화해 현재의 어업구조 하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더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창조적 파괴’로 유명한 경제학자 슘페터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술혁신을 강조했다.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 생산비를 낮추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산업과 국가경제가 발전해 나간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수산업이 필요한 것이 바로 기술혁신이고, 기존 전통적 수산업 구조를 바꾸기 위한 창조적 파괴가 절실한 시점이다. 현재 수산 분야 기술혁신은 정부 주도에 의한 R&D 활동으로 이뤄지지만 실제 어업에서의 상용화(사업화)는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발된 기술이 실제 수산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사업의 추진 방법과 평가체계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아울러 슘페터가 강조한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도록 수산 분야 사업주체들이 적극적으로 기술혁신을 도모해야 하고, 할당된 어획량 하에서 어선 및 어구 등 생산수단의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는 과감히 철폐돼야 한다. 또한 어획량 거래제 등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어업관리제도 개혁을 통해 신규 인력 참여, 자본 투자 확대, 기업화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래전 슘페터가 주장한 이론이 가까운 미래 우리나라 수산업의 선진화 및 고차산업화로 구체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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