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4선 정치인 ‘입’에 기대했지만… 존재감조차 사라진 저출산고령위

황지윤 기자 2023. 2. 6.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민간위원 간담회에서 나경원 당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에서 해임되고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일단락된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이끌던 저고위 안팎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중량급 정치인으로 조직의 간판 역할을 했던 나 전 의원이 물러나면서 사실상 저고위의 입지가 더 쪼그라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인구 대책은 저고위와 기재부 인구위기대응 TF(기재 1차관 주재·범부처 참여)가 따로 굴러가면서 협력해 만들고 있습니다. 저고위는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고 부위원장이 장관급인 조직으로, 인구 문제를 책임지는 컨트롤타워입니다. 하지만 복지부에서 파견 온 사무국장 밑에 5개 과가 있는 정도여서 장관급 조직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습니다. 실무적인 논의는 예산, 세제 등 실행 수단을 가진 기재부 인구 TF에서 주로 이뤄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고위에 대해 “머리만 있고 손발(실무 조직)은 없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작년 12월 28일에는 저고위가 ‘인구미래전략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나경원 당시 부위원장이 발표해 저고위가 만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기재부가 만든 보고서였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저고위에 대한 관가의 평가는 “손발뿐 아니라 머리도 없고 입만 있다”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나 전 의원마저 떠나면서 이젠 “그나마 있던 입도 없어졌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습니다. 4선 의원의 영향력에 기대 주목받을 기회마저 날렸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위원장인 대통령이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대로 챙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구 감소가 국가 재정이나 잠재성장률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하는 기재부 인구 TF만으로는 종합적인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내놓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 국책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교육·복지·지방 분권 등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인구 정책을 하나로 모아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으려면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