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커피

숭늉은 사라지고 커피가 대세다. 밥은 굶어도 커피는 마셔야 하는 사람도 많다. 커피 맛을 돋우는 노래야 많지만 커피를 소재로 한 노래는 별로 없다. 김시스터즈의 ‘다방의 푸른 꿈’이나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은 다방에 얽힌 노래다. 다방이 연인들의 약속 장소였던 시절, 호사 취미로 마시던 ‘쓴 음료’가 바로 커피였다. 커피가 본격적으로 얼굴을 내민 노래는 노고지리가 발표한 ‘찻잔’(1979)이 아닐까.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진한 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너는 너무도 조용히 지키고 있구나.”
쌍둥이 형제인 한철수와 철호, 그리고 홍상삼이 가세한 노고지리의 앨범은 산울림의 맏형 김창완의 작품이다. 기획부터 작사와 작곡, 프로듀서까지 겸했으니 ‘산울림 2’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생들이 군대에 간 뒤 김창완이 혼자 남았던 시절이었다.
최근 들어 재평가되고 있는 가수 김성호의 곡에도 커피가 등장한다.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1994)라는 다소 긴 제목의 노래에서 “그녀와 커피를 함께했던 가슴 뛰던 기억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거예요”라고 노래한다.
신세대들의 커피 노래는 훨씬 구체적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2008)에 이르면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라고 노래한다.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아메리카노 진해 진해 진해/ 어떻게 하노 시럽 시럽 시럽/ 빼고 주세요. 빼고 주세요.”
인디밴드 십센치의 ‘아메리카노’(2010)에서 커피는 재미있고, 입에 쩍쩍 붙는 가사를 만들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 새로운 세대들에게 커피는 기호식품을 넘어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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