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느긋한 ‘에너지 전환’에 내리는 경고

최현진 기자 입력 2023. 2. 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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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료 약 40% 증가, 난방비 줄이느라 안간힘
매년 반복 ‘난방비 논쟁’, ‘에너지 효율화’로 끝내야

최근 조금 이른 점심 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회사 앞 가정식 백반집을 찾았다. 그날 아침은 영하의 날씨를 보인 추운 날이었다. 식당에 앉았는데 싸늘해 주인장에게 따뜻하게 해 달라고 했더니 전기요금이 올라 손님이 많이 오는 정오에 난방기를 튼다고 했다. 난방비의 심각성을 절실히 느낀 순간이었다.

지난 설 시골에 계신 부모를 뵈었더니 비싼 등유값을 아끼기 위해 전기장판을 구입, 안방에 깐 걸 보고 “이렇게 까지 하셔야 합니까”고 여쭈었다. 장판이 깔리지 않은 부엌에서는 발이 시려 명절 음식을 준비하기 힘들 정도였다. 어머니는 몇 십 만원을 주고 기름을 한 통 다 채워도 일주일이면 동이 난다며 아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미안한 마음에 얼른 어머니 계좌로 난방비를 보냈다.

난방비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워 내가 낸 도시가스비를 뒤져봤다. 매월 5일이 결제일인데 계좌 거래내역을 보니 지난달 14만7910원이 결제됐다. 전월을 봤더니 6만5510원이었다. 이번 달에는 6일이 결제일인데 걱정이다. 지난 겨울을 봤더니 2021년 12월 7만3090원, 2022년 1월 10만7440원, 2월 15만6040원이었다. 언론이 지적한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가량 올랐다. 이를 고려하면 이달 20만 원 넘는 난방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난방비가 문제가 된 것은 유독 올해만이 아니다. 기후 위기와 화석에너지 물량의 감소로 몇 해 전부터 겨울만 되면 겪는 문제가 됐다. 올해 유독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극값을 넘는 한파가 있었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천연가스 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말하는 가스 값을 언제 올리느냐 문제는 그야말로 조삼모사 논쟁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미리 올리느냐 나중에 올리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다른 물가가 오른 것도 난방비 부담이 증가한 요인으로 보인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물가가 올랐다. 부산에서도 1만 원 정도를 내야 제대로 식사할 수 있다. 커피 값은 우후죽순처럼 생긴 영향 때문에 크게는 안 올랐으나 유명 커피점의 커피 한 잔 값은 5000원을 넘었다. 유명 브랜드의 햄버거와 샌드위치 값이 이달 들어 5~9% 올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5.2% 상승했다. 내림세에 있다가 3개월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올해 3%에서 물가를 잡는다고 했는데 쉽게 잡히지 않을 것 같다.

난방비를 지원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끝이 없다. 긴급하게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효율적인 난방이 되도록 집을 개조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축 아파트는 단열이 잘 돼 난방비가 크게 들지 않는다. 노후 아파트에 비해 난방비가 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쪽방이나 오래된 개별 주택은 노후 아파트보다 열 효율이 더 낮다. 예산으로 이들 집의 단열재를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교체해주는 것이 해마다 난리를 겪지 않는 방법이다. 에너지효율등급 1+++ 주택은 한달 난방비가 8만 원에 불과하다.

선진국은 이미 난방비 지원 대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정책의 중심을 두고 있다. 영국은 에너지성능등급이 낮은 집을 임대하면 벌금을 부과한다. 대신 주택을 개조하려고 하면 보조금을 지원한다. 미국은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에 최대 8000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독일은 올해부터 총 563억 유로(약 76조 원)를 투입해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을 지원한다. 네덜란드도 올해부터 250만 호에 단열 개선을 지원한다. 이는 네덜란드 총 가구 수의 약 30%에 해당한다.

에너지 전환도 서둘러야 한다. 국내 발전 중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1년 기준 66%다. 신·재생에너지는 8%에 머물고 있다. 최근 정부가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030년 액화천연가스 비중이 22.9%, 신·재생에너지(21.6%) 석탄(19.7%) 수소·암모니아(2.1%) 등이다. 7년 만에 이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미래에너지로 주목을 받는 수소 부문에 대한 비중이 낮다. 수소에너지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주권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우리는 평균이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양극화를 넘어 이제 다극화 단극화 현상이 일어난다. 미래사회의 거울인 젊은층에서 이런 현상은 더 뚜렷하다. 2021년 통계청 발표 자료를 보면 20·30대 상위 20%의 자산 규모는 하위 20%의 35배에 달한다. 빈부 격차로 인한 고통의 정도는 난방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기후 위기가 더 진행되면 극강의 추위도 더 잦을 것이다. 전 정부 때문에 난방비가 급증했다는 한심한 분석에서 벗어나, 고통을 예측하기 힘든 ‘다가온 미래’에 대비하는 게 급선무다. 그 경고를 무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눈앞에 보인다.

최현진 디지털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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