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사용후핵연료法 서둘러야
지난 2일 찾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지하처분연구시설(KURT)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연구가 한창이었다. 120m 깊이의 땅굴에서 암반이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데 적합한지, 실제보다 작은 규모로 만들어진 인공방벽의 성능이 안전한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조동건 원자력연구원 사용후핵연료저장처분기술개발단장은 “현재 처분을 위한 기본 기술은 확보했고 선도국에 비해서도 크게 뒤처지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연료로 사용된 뒤 나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1만8600t의 사용후핵연료가 원전 내에서 임시 저장 중이다. 원전이 지속 가능하려면 궁극적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땅에 묻는 방법 등으로 처분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처분장 운영 계획은 주요 원전 선도국보다 뒤처져 있다. 선도국들은 2030~2040년대 운영을 목표로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60년에야 운영이 가능하다. 20~30년 늦은 것이다. 2031년부터 포화가 예상되면서 처분장 부지 선정과 건설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원자력연구원은 1997년 처분연구를 시작해 2006년부터 연구용 지하시설을 운영 중이다. 부식이 잘 안 되는 구리에 사용후핵연료를 넣고 암반에 심은 뒤 점토인 벤토나이트로 막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주한규 원장은 “해외에서도 이미 안전이 입증된 기술”이라고 했고, 원자력계에서도 국내 사용후핵연료 처분 기술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권의 에너지 정책이 바뀔 때마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논의는 표류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2021년에야 대략적인 로드맵이 나온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원전 선도국들은 앞서가고 있다. 이들은 1970~1980년대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준비해 왔다. 핀란드는 2016년 처분장 건설을 시작해 2025년 처분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스웨덴은 지난해 처분장 건설인허가를 획득해 2030년대 초 운영할 계획이며 프랑스도 지난달 처분장 건설허가를 신청했다. 미국은 2040년대 처분장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일본도 현재 처분장 부지 공모 중이다.
원자력계에서는 “특별법 제정으로 계획을 명확히 해 처분장 운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지 선정과 주요 과제, 일정 등 절차를 구속력 있는 법에 상세하게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3개가 발의·계류 중이다. 특별법 마련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원자력계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2050년대로 운영 시기를 앞당길 수 있으며 이와 동시에 지역이나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백년대계 에너지 정책이 더는 정권에 휘둘리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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