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42> 잠의 효율성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한 권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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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 자고 깨는 것에도 도가 있다.
새벽에 나가 밤에 들어오며 작은 이익을 얻으려고 남의 것을 덜어 제 것에 보태는 일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자는 깨어 있는 중이지만 실제로는 잠자는 것이다.
글의 제목이 무슨 말인고 하면 그가 사는 곳인 수교(水橋·청계천에 놓인 수표교)에서 수교(睡覺)를 떠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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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저 자고 깨는 것에도 도가 있다. … 새벽에 나가 밤에 들어오며 작은 이익을 얻으려고 남의 것을 덜어 제 것에 보태는 일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하여 책 읽는 책상과 거문고 놓인 탁자를 무슨 죄지은 놈처럼 치워버린다. 대신에 쌀부대와 돈 궤짝을 친자식보다 사랑한다. 그것 외에는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모르고 우쭐대며 세상을 마친다. 그런 자는 깨어 있는 중이지만 실제로는 잠자는 것이다.
… 夫睡與覺有道. … 曉而出, 夜而入, 營營刀錐, 而惟以損人益己爲事, 書几琴床, 屛如罪者; 穀包錢篋, 愛踰親子, 不知是外更有何樂, 施施然了世者, 覺中之睡也.(… 부수여각유도. … 효이출, 야이입, 영영도추, 이유이손인익기위사, 서궤금상, 병여죄자; 곡포전협, 애유친자, 부지시외갱유하락, 시시연료세자, 각중지수야.)
위 문장은 서어(西漁) 권상신(權常愼·1759~1825)의 글 ‘水橋變名睡覺說’(수교변명수교설·수교가 이름이 바뀌어 수교가 된 이야기)로 그의 문집인 ‘서어유고(西漁遺稿)’에 있다. 글의 제목이 무슨 말인고 하면 그가 사는 곳인 수교(水橋·청계천에 놓인 수표교)에서 수교(睡覺)를 떠올린 것이다. 각(覺)이 ‘잠에서 깬다는 의미’일 때는 ‘교’로 읽힌다.
위 문장에 다 담지 못한 내용을 잠시 보겠다. 그는 ‘깨어 있는 시간은 살아 있는 것이요, 잠자는 시간은 죽은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을 좋아하고 죽어 있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고 서술했다. 그리고 ‘만약 자는 중에 먼 옛날의 고매한 선비나 숨어 있는 은사를 만나서 대화라도 주고받는다면 잠을 자는 중이지만 깨어 있는 셈이다’고 했다. 권상신은 잠의 가치에 대해 자기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깨어있어도 자는 것 같은, 자고 있어도 깨어 있는 것 같은 잠에 대한 그의 사유가 재미있어 소개해본다.
독자 여러분은 권상신의 말에 동의하시는지?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의 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잠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해보지 않은 필자는 그냥 자고 일어난다. ‘항상 삼가며 살리라’는 의미가 담긴 이름을 가진 권상신은 진사시와 증광문과 그리고 전시(殿試) 장원을 해 삼장장원(三場壯元)으로 불렸으며, 병조판서와 광주유수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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