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미분양에 곧 줄도산” VS 정부 “자구노력이 먼저”

정순우 기자 2023. 2. 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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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급증 놓고 온도차… 사태 얼마나 심각한가

“미분양으로 인한 업계 자금 경색이 심각해지고 있다. 공기업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으로 활용해주길 바란다.”(1월 31일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

“건설사 스스로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자구책 없이 미분양 아파트를 사달라는 건 어불성설이다.”(2월 1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주택이 7만 가구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한 가운데, 상황의 심각성을 놓고 건설 업계와 정부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건설 업계는 “정부가 서둘러 개입하지 않으면 지방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정부가 나서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진 않다”는 입장이다.

자료= 국토교통부

◇미분양, 진짜 위험한가

미분양을 둘러싼 쟁점은 정부가 당장 개입해야 할 만큼 위기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가 당장 나서야 한다’는 건설 업계는 미분양이 역대 가장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로, 1년 전(1만7710가구)보다 거의 4배, 증가율로는 284% 급증했다. 정부가 2007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단 1년 만에 미분양이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해가 유일하다. 이전까지 최고 증가율은 2008년의 47.5%였다. 이런 통계를 근거로 건설 업계는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과 건설사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악성 미분양, 즉 준공 후 미분양은 아직 위험 수위가 아니라는 통계를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은 7518가구로 1년 전(7449가구)과 거의 비슷하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009년 3월의 5만1796가구와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전체 미분양에서 악성 미분양이 차지하는 비율은 11%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체 미분양 규모가 지금과 비슷했던 2013년 7월엔 미분양 6만7672가구 중 39.2%인 2만6526가구가 준공 후 미분양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당장 공기업이 나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상황까진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해 건설사들의 자금 경색 위험을 해소해주고 기업들이 분양가 인하 같은 자구 노력을 통해 미분양 물량을 시장에서 처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혜 안 되지만 선제적 대응은 필요”

전문가들은 ‘악성 미분양이라는 잣대로 보면 아직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게 맞지만 최근 대폭적인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주택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급격히 늘어난 미분양 물량이 입주 시점에 대거 악성 미분양으로 쌓이면서 진짜 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최근 분양 경기가 워낙 안 좋기 때문에 미분양 아파트 상당수가 악성 미분양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그때 가서 대책을 내놓기보단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분양시장이 붕괴되면 금융시장으로 리스크가 옮겨가면서 모든 경제 주체가 타격을 받게 된다”며 “특혜 시비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공이 직접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지 않더라도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규제 완화로 길을 터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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