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이제 묻을 터를 찾아야 한다

기자 2023. 2. 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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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은 여전히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임에도 사용하고 난 핵연료를 처리해야 하는 높은 벽을 뚫지 못하고 있다. 원전에서 꺼낸 핵연료는 재활용 여부와 상관없이 최종적으로는 방사선량이 높은 폐기물을 묻어야 하는 과정을 피할 수 없다. 핀란드가 가장 앞서 올해부터 처분장 시운전에 들어가고, 스웨덴이 작년 1월에 건설 허가를 얻었으며, 프랑스가 뒤를 이어 지난달 30년간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하여 건설 허가를 신청했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아무리 원자력발전소를 많이 짓더라도 처분장이 없으면 최악에는 대만처럼 원전을 멈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장 우리나라도 2020년대 후반이면 원전 내 저장시설이 꽉 찰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90여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미국도 처분장 문제에 막혀 있는 것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처지가 아니다.

김경수 (재)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 사업단장

앞선 나라들은 1970년대 말부터 처분기술을 개발하면서 나라마다 적합한 암반을 골라 공학적인 설계를 통하여 안전 기준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20여년 뒤처져 시작하여 선행국과 같은 방식으로 견고한 결정질암반의 깊은 곳에 묻으면 인간생활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안전하다는 과학기술적 결과를 얻었다.

처분장 터를 선정한 나라들은 대략 17년에 걸쳐 기본조사와 정밀한 지질조사를 수행하면서 법적 절차에 따라 주민과의 동의를 원칙으로 추진하였다. 우리나라는 1986년부터 착수하여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만 우선 추진하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한 9번째의 시도 끝에 2005년 현재의 경주 지역으로 결정되었다. 이 과정에 참여한 필자의 견해로는 준비 부족으로 인하여 시행착오는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국회에서는 부지 선정을 위한 법률도 마련하지 않았고, 수행기관도 원자력연구원에서 한국수력원자력(주)으로 변경되는 과정을 겪었다. 한때는 ‘방사성폐기물관리사업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산하에 부지 선정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의 기획단을 운영한 적도 있었다. 더욱이 부지 선정 방법도 단계별 선별 방식, 특정지역 지정 방식, 유치지역 공모 방식을 섞어 적용하다 보니 정책 신뢰성을 얻기 쉽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갈등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세 가지 성공 요소를 강조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독자적인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이 기술은 2021년부터 사용후핵연료 R&D사업단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원자력안전위원회 공동으로 개발 중이며, 전담기관에 단계적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둘째는 정부의 계획대로 13년 이내에 처분장 부지를 선정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법적인 안전기준에서는 ‘균질하고 강도가 큰 단일의 기반암’을 규정하므로 해안가의 해당 지역을 후보지로 좁히고 근해의 해저 암반까지 영역을 넓혀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세대를 뛰어넘는 책임과 안전에 관하여 국민과의 약속을 법률로 세우지 않고서는 모든 게 공염불일 뿐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지난달 국회에서는 원전 운영 반세기 만에 이 문제를 풀 공청회가 이루어졌다. 이제는 특별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두터운 만큼, 여야가 제출한 3개 특별법안의 일부 쟁점에 대해 중지를 모아 이정표가 될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경수 (재)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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