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뚱 출항” 통발 어선, 침수 신고 10분만에 뒤집혀
전남 신안군 바다에서 꽃게잡이 통발 어선이 선내 침수로 전복돼 승선원 12명 중 3명이 구조되고 9명이 실종됐다. 구조 당국은 경비 함정과 항공기 등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5일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11시 19분쯤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인천 선적 24t급 근해 통발 어선 ‘청보호’가 “침수되고 있다”는 선원의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어선에는 한국인 9명과 베트남인 2명, 인도네시아인 1명이 타고 있었다. 배는 신고 후 약 10분 만에 급격하게 침수돼 뒤집혔다.
해경 헬기가 4일 오후 11시 55분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배는 전복된 상태였고, 유모(48)·손모(40)씨와 인도네시아인 A(24)씨 3명은 부유물에 의지해 떠 있었다. 목포 광역해상관제센터(VTS)는 사고 선박에서 가장 가까운 9750t급 화물선 광양프론티어호에 구조 협조를 요청했다. 유씨 등 3명은 5일 0시 15분쯤 이 화물선과 해경 헬기 등에 의해 구조됐다.
해경은 뒤집힌 선박이 더 가라앉지 않게 장비를 부착하고 나서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해경은 잠수사 15명을 투입해 여러 차례 선내 진입을 시도했지만 뒤엉킨 3000여 개의 통발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사고 해역에는 해경 함정 26척, 해경 항공기 5대, 군 함정 3척, 군 항공기 3대, 민간 어선 250여 척 등이 투입돼 구조 작업을 했다. 구조된 선원들은 “사고 당시 9명이 선실에서 자고 있었다” “6명은 해상에 빠지고 3명은 선내에 있었다” 등의 엇갈린 진술을 했다.
구조된 선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는 기관실에 물이 차면서 시작됐다. 해경에 따르면 구조된 선원들은 “기관실 쪽에 바닷물이 차 들어왔고 순식간에 배가 옆으로 넘어가더니 뒤집혔다”고 진술했다. 또 선원 중 한 명은 “출항 당시부터 배가 기우뚱하는 이상 증상이 있었다”며 “평소에도 배 오른쪽 엔진이 좋지 않았고, 기관실에 물이 종종 샜다”고 진술했다. 해경은 “기관실에서 침수가 시작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파도 높이는 0.5m로 잔잔했다. 청보호가 암초 또는 다른 선박과 부딪힌 흔적도 없었다.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의 청보호는 길이 21.75m, 너비 5.18m 등으로 지난해 3월 건조된 신형 배다. 이 배는 꽃게잡이 어구인 통발 3000여 개를 싣고 지난 설 명절 직후 경북 포항에서 출항해 진도를 거쳐 신안 해역에서 조업했다. 실종자 가족 김모(74)씨는 “통영에 사는 동생이 꽃게잡이 어선에 탄 지 2년이 됐다”며 “멀쩡한 배가 왜 가라앉나”라고 했다. 가족들은 비상시 자동으로 펴지는 비상 구명 뗏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생존 선원들이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직후 “인명 수색·구조에 만전을 다하고 구조 대원의 안전 조치에도 철저함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이날 오전 0시 47분쯤 언론 공지를 통해 알렸다.
/목포= 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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