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춘궁기 3월에 ‘깜짝 한·일전’?
사전 교감 없는 상태서 불쑥 던져
최근 맞대결 우세 자신감 얻은 듯
축구협 “정말 원하면 성사될 것”
오는 3월 A매치 춘궁기를 앞두고 흥미로운 카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종종 전쟁으로 묘사되는 한·일전이다. 승자의 환호와 패자의 절망이 다른 경기에 비해 훨씬 크게 엇갈리는 경기다. 두 나라 선수단 모두 부담이 큰 무대라는 점에서 뜻밖이었다.
일본축구협회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시발점이 됐다. 소리마치 야스하루 일본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지난 2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3월 A매치 상대 국가를 묻는 질문에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도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강국이니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한·일전 개최 여부로 시끌벅적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 발언이 양측 교감 없는 상태에서 튀어나왔다는 사실이다. 대한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일본에 질의하니 그쪽도 당혹스러워하는 느낌”이라며 “기술위원장이 A매치 상대 국가를 섭외하는 과정을 전혀 모르고 불쑥 말을 꺼내버린 것 같더라”고 전했다.
두 협회가 3월 A매치 개최 문제로 협의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맞대결이 아니라 상대국을 공동 초청하는 사안을 논의했다. 원래 월드컵 직후에는 평가전 상대 섭외가 쉽지 않다. 유럽은 네이션스리그가 출범한 이래 다른 대륙과 맞대결이 사실상 사라졌고, 북중미와 아프리카 역시 대륙간컵 예선으로 바쁘다. 남미도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한국과 일본이 공조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뜬금없이 한·일전이 튀어나와 당혹스럽다는 것이 대한축구협회의 반응이었다.
이번 ‘한·일전 카드’는 해프닝에 가깝다. 그러나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있다.
그동안 대한축구협회가 줄기차게 바랐던 한·일전을 이번에는 일본이 먼저 거론했다. 역대 81차례 한·일전 전적을 살펴보면 한국이 절반이 넘는 42승(23무16패)을 거뒀다. 일본은 상대전적에서 뒤지다보니 한·일전에 예민해 그동안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에 일본이 먼저 언급한 배경은 역시 그 가치에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는 한국이 25위로 일본(20위)보다 아래에 있지만 손흥민(토트넘)과 김민재(나폴리) 같은 정상급 유럽파들이 뛴다는 사실만으로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가 부럽지 않은 흥행을 기대할 수 있다. 거액의 초청료 없이 A매치 중계권만 주고받으니 금전적인 부담도 없다.
무엇보다 시기적인 이유가 큰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유임한 반면 한국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빈자리를 아직 채우지 못했다. 최근 한국이 세대 구분 없이 일본만 만나면 0-3으로 완패하는 흐름도 자신감을 안겼을 것이라는 것이 축구 현장의 분석이다.
수면 위로 떠오른 한·일전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시일 내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번 해프닝으로 앞으로 일본 측이 거부할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큰 대회를 앞두고는 한·일전이 열리기 쉽지 않기에 내년 아시안컵 직후에 무게가 실린다.
협회 관계자는 “일본이 정말 원한다면 한·일전은 성사될 것”이라며 “과거 한·일 정기전의 부활도 고려한다”고 전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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