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랑에 시작한 ‘1000원 아침밥’…고물가 속 15년째 약속 지키는 부부
건설노동자·환경미화원 등에 제공
“낮에 열심히 벌어 계속 이어갈 것”
‘단돈 1000원’, 충북 청주의 한 식당이 15년째 고집하는 아침식사 가격이다.
서원구 양촌리 ‘만나김치식당’을 운영하는 김일춘·박영숙씨 부부는 매일 오전 6~9시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1000원짜리 아침밥상을 제공하고 있다.
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의 ‘참가격’에 따르면 충북지역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컵라면 가격은 1292원 정도다. 농심 신라면 큰사발의 충북 평균 판매가는 1300원, 오뚜기 참깨라면 1286원, 팔도 왕뚜껑 1291원 등이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컵라면보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이들이 차린 아침밥상에는 정성이 듬뿍 담겨 있다. 이들은 밥과 국, 반찬 등으로 구성된 상차림을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4~5가지 반찬이 매일 바뀐다.
이 식당이 1000원짜리 아침밥상을 내놓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박씨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 무료로 아침을 제공했었는데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손님들의 의견을 들어 가격을 1000원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 식당이 1000원짜리 아침밥상을 선보인 이후 물가는 훌쩍 뛰어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해 ㎏당 2687원이었던 대파 가격은 ㎏당 3360원으로 600원 넘게 올랐다. 한 달 80만원 나오던 액화석유가스(LPG) 요금도 요즘엔 130만원이나 된다.
치솟는 물가에 이들 부부는 지난 1월부터 점심 메뉴를 1000원 더 올려받기로 했다. 점심 메뉴 가격을 올린 것은 10년 만이다. 박씨는 “어려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가격을 올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단골들이 ‘아침식사를 3000원으로, 나머지 메뉴도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말해 가격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아침식사 가격은 1000원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서다. 박씨는 “시장에 갈 때마다 치솟는 물가에 깜짝 놀란다”며 “점심과 저녁 장사를 열심히 하고, 점심과 저녁 장사 재료를 마련할 때 아침 식사 재료도 함께 준비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다. 낮에 열심히 벌어 아침을 준비하는 데 쓰고 있다”고 웃었다.
이 식당에는 하루 평균 70~100명의 손님이 찾는다. 청주를 비롯해 대전, 옥천으로 향하는 건설노동자, 회사원, 환경미화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박씨는 “건설경기가 좋지 못해 건설노동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올봄에는 경기가 좋아져 많은 사람이 우리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했으면 한다. 1000원짜리 아침식사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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