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막말·성희롱·차별…‘직장 갑질 백화점’ 새마을금고·신협
위법 297건·체불임금 9억원
직원 5명 중 1명 “갑질 경험”
대표적인 중소금융기관으로 꼽히는 새마을금고와 신협 60곳에서 노동관계법 위반 297건, 체불임금 9억2900만원이 적발됐다. 직원 5명 중 1명은 직장갑질·성희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 중소금융기관의 조직문화 개선을 강력히 주문했다.
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새마을금고·신협 기획감독 결과’를 5일 밝혔다.
이번 기획감독은 지난해 여성 직원에게만 밥 짓기와 빨래를 시킨 ‘동남원새마을금고 갑질 사건’과 임원급 간부의 직장갑질·성희롱이 불거진 ‘구즉신협 사건’을 계기로 이뤄졌다. 두 곳에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한 노동부는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조직문화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기획감독에도 들어갔다. 기획감독은 신고 사건이 있거나 감독청원이 들어온 곳 등 60곳을 우선 선정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됐다.
다수 기관에서 심각한 직장갑질·성희롱·차별 등이 적발됐다. 상무·과장 등 상급자들이 여성 직원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볼을 꼬집고, “무슨 생각을 하길래 머리가 길었냐” 등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을 한 사례도 있었다.
한 곳은 지각자에게 사유서를 쓰게 하며 부모 확인 서명을 요구하고, 아버지에게 전화해 직위해제를 시키겠다며 소리를 쳤다. 다른 곳에서는 욕설·폭언 등을 신고한 직원을 징계해고했다. 노동부는 심각한 직장갑질·성희롱 5건에 대해서는 사법처리와 과태료 부과 등 조치를 내렸다. 13곳에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비정규직·여성을 차별했다. 임신한 직원에게 시간외노동을 시키는 등 모성보호 규정을 어긴 곳도 15곳이었다. 연장노동한도 위반, 휴게시간 미부여, 최저임금 미지급 등도 곳곳에 있었다.
직원들은 직장갑질·성추행의 고통을 토로했다. 기획감독과 함께 실시한 조직문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2.9%가 “직장갑질이나 성희롱을 직접 당하거나, 동료의 경험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 중소금융기관은 이사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면서 직장갑질·성희롱 무법지대가 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지난해 만난 새마을금고 갑질 피해자들은 “이사장과 가족의 전횡은 심각한데, 직원들은 이를 견제할 힘이 없고 체념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노동부는 엄중 대응을 예고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집중적으로 근로감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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