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가 낯선 ‘코로나 학번’…“졸업반인데 후배한테 해줄 말이 없어요”

김세훈·김송이·전지현 기자 2023. 2. 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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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축제 등 경험 못한 세대
동기·후배들과 만남도 부담
학생회선 행사 복원 안간힘

3월이면 4학년 졸업반이 되는 서울 소재 대학 재학생 문현정씨(23)는 캠퍼스 생활이 아직도 낯설다. 입학 때부터 2년 동안 비대면 생활을 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학교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는 문씨는 지금도 강의실 위치가 종종 헷갈리곤 한다. 후배와 만나는 일에도 선뜻 나서기가 꺼려진다. 그는 “밤샘 공부하기 좋은 장소, 교수님 특성 등 대학 내 문화에 대해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별로 없다”며 “후배들과 뭔가 해보고 싶어도 ‘내가 멘토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앞선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며 대학가에도 본격적인 대면 생활이 시작됐다. 신입생을 맞이할 준비로 활기를 띠는 것같이 보이는 대학 캠퍼스 이면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캠퍼스 생활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코로나 학번’ 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2020~2021년에 입학해 새내기 배움터(새터)부터 MT, 축제, 학교 수업 등 대학 생활을 대면으로 경험하지 못한 나이대다. 선후배는 물론 동기들과 공식적으로 교류한 적도 거의 없었다. 학교에 관한 정보는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얻어야 했다. 문씨는 “지난해 처음 대면 수업을 해보니 나와 비슷한 친구들이 많았다”고 했다.

코로나 학번들은 처음 해보는 선배 역할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20학번인 최모씨(22)는 “졸업반이면 동아리 활동이나 수업 고르는 팁 등 학교에 대해 다 꿰고 있어서 후배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정확한 답변을 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21학번 김예린씨(21)는 2학년 때인 지난해 가을 학과 MT에 참여했지만, 후배들과는 친해지지 못했다. 김씨는 “후배가 궁금해하는 것을 나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후배가 아니라 동기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아쉬워했다.

각 대학 학생회는 코로나 이전의 캠퍼스 문화를 되살려내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학생회 집행부도 비대면 새터를 경험해본 적 없는 코로나 학번이 대다수다. 양귀남 연세대 공과대학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존에는 과별로 선배들에게 프로그램 진행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과거 새터를 기획한 선배들이 이미 졸업했거나 너무 고학번이라 도움을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4년 만의 신입생 대상 숙박 행사를 준비한 서울대 학생회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이전에 행사 주최 경험이 있는 선배와 집행부 간의 연석회의를 열었다. 코로나19 이후 단체행사나 집단활동을 꺼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학생회로서는 커다란 장벽이다. 연세대 공대 학생회는 새터에 신입생뿐 아니라 재학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김세훈·김송이·전지현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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