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3일 만에 전복된 청보호…구조 선원 “평소에도 물 새”
탑승 선원 12명 중 3명 구조
실종 3명은 선체 내 갇힌 듯
만든 지 1년도 안 된 ‘새 배’
“기관실 물 차오르며 뒤집혀
구명조끼 입을 새도 없었다”
해경, 함정·헬기 동원 수색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선원 12명이 탄 어선이 전복돼 9명이 실종되고 3명이 구조됐다. 진도 서망항을 출항한 지 3일 만에 사고가 난 이 어선은 지난해 진수된 새 배였지만 구명뗏목이 펼쳐질 틈도 없이 순식간에 전복됐다.
목포해양경찰서는 지난 4일 오후 11시19분쯤 신안군 임자면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선원 12명이 탄 24t급 어선 청보호가 전복돼 구조와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인천 선적 근해통발 어선 청보호에는 한국인 선원 9명과 베트남인 2명, 인도네시아인 1명 등 모두 12명이 타고 있었다. 이날 0시15분쯤 40대 한국 선원 2명과 20대 인도네시아인 1명 등 3명은 뒤집힌 배 위에서 버티다 인근을 지나던 민간 상선에 구조됐지만 9명은 실종 상태다.
사고 당시 선원 대부분은 갑판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된 선원들은 해경에 “사고 당시 선원 대부분이 갑판에 나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보호는 기관실에 물이 차면서 순식간에 뒤집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관실에 1.5m 정도 물이 차자 선장이 기관장 등 3명에게 기관실을 살펴보도록 했고 나머지 선원은 갑판에 있었다는 것이다. 배가 갑자기 뒤집혔지만 자동으로 작동하는 구명뗏목도 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된 선원 중 한 명은 “평소에도 배 오른쪽 엔진이 좋지 않았고, 기관실에 물이 종종 샜다”면서 “(사고 당일) 갑자기 선실에 있던 베트남 선원이 침실에 물이 샌다고 기관장에게 얘기했고, 기관장이 내부로 들어가 확인해보니 이미 물이 차 있어 고함쳐 알렸다”고 말했다. 이 선원은 “배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확인하고 전복되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면서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입을 새도 없었다”고 말했다.
해경은 구조된 선원들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뒤집힌 선체 내부에 3명이 있고, 나머지 6명은 바다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색과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경은 잠수사 15명을 투입해 여러 차례 선내 진입을 시도했지만 3000여개 통발 등이 엉켜 있어 선원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뒤집힌 배 바닥에 구멍을 뚫어 선내 진입도 시도했으나 철판 격벽과 내부 장비 등 장애물에 막혔다. 선체를 두드리며 살폈으나 반응도 확인하지 못했다. 해경은 6일 오전 사고 선박의 인양을 추진한다.
선원 수색작업도 함정과 헬기 등을 이용해 진행되고 있다. 해경 함정 26척과 해군 함정 3척, 관공선 4척 등이 구조작업과 인근 해역 수색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건조돼 진수된 새 어선인 청보호는 군산과 격포 앞바다 등 주로 서남해안에서 장어와 꽃게, 소라 등을 잡으며 인근 항구로 입항과 출항을 반복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목포항을 출항해 지난 1일 서망항에 입항했다. 지난 2일 다시 서망항을 출항한 청보호는 출항 사흘 만에 사고가 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직후 철저한 인명 수색과 구조를 긴급 지시하고 해양수산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차관을 현지에 급파했다. “가용 자원 및 인력을 총동원해 인명 수색 및 구조에 만전을 다하고 구조대원의 안전조치에도 철저를 기하라”고 지시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현장의 수색 및 구조 범위를 넓히는 등 총력을 다하라”고 추가 지시를 내렸다.
강현석·고귀한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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