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민생 구하기’ 투쟁…키 잡았지만, 동력은 ‘글쎄’

윤승민·신주영 기자 2023. 2. 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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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의원 100여명 집회…정책·검찰 비판 ‘투트랙 행보’
‘검찰 수사’에 가려 퇴색…장외투쟁 지속 두곤 회의론도
“전국민에 에너지 지원금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 대책 발표회에서 참석자들과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대정부 비판 화두는 검찰독재와 민생위기 두 가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적 수사로 비판하면서 동시에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당의 의지를 강조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대표 검찰 수사 문제에 가려 민생 제안이 힘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 대책 발표회’에서 “2월에 난방비 폭탄, 전기료·택시비·장바구니 물가 폭탄까지 더 많은 폭탄이 터질 것이고 민생이 벼랑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 가구에 ‘에너지 생활안정지원금’ 20만원씩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기로 한 경기 파주시 사례 등을 소개했다. 당내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에 “(전국) 전 가구 대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연구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에너지물가 지원금 7조2000억원을 포함한 30조원 민생 프로젝트 추경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은 전날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열었다. 당 전체가 국회 밖으로 나가 정치집회를 연 것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운동’ 이후 처음이다. 규탄대회에는 지도부뿐 아니라 소속 의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규탄대회에서 “이재명을 아무리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지는 말라”며 “국민의 처절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패장인데, 전쟁에 졌는데 삼족을 멸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위로 삼겠다”며 “국민의 고통에 비한다면 제가 겪는 어려움이 무슨 대수겠나”라고 소리 높였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투쟁 수위를 올리면서도 민생 문제를 화두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만 두드러지는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국민 속으로, 경청 투어’라는 제목의 전국 순회 행사를 통해 민생 행보를 표방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 일정에서도 검찰 수사에 대응하거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는 메시지를 주로 발신했고, 그 결과 민생 문제보다 검찰 수사가 이슈가 되고 있다.

김봉신 조원씨앤아이 부대표는 지난달 31일 ‘민주당의길’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신당역 사건이나 SPC 청년 노동자 사망 사건에서 적극적인 메시지가 부족했다”며 “적극적인 민생 공감 행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강경파 의원들은 장외 규탄대회는 윤석열 정부의 표적 수사에 대한 야당의 단일대오를 보여주기 위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집회에서 “역풍을 걱정해서 집회에 나오지 않은 민주당 인사들을 두고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얼마나 기뻐했겠느냐”며 “이 정권의 표적수사가 진실이라면 역풍은 없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자”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장외집회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한 재선 의원은 “지도부는 전날 규탄대회에서 민생 문제도 제기했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야당이 대거 거리에 나선 것만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검찰 수사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현 정부 문제만 지적한 메시지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여론이 호의적일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외집회를 잇따라 열지를 두고도 당내 의견은 갈리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주경야독하는 심정으로 주중 5일은 국회에서 일하고, 주말은 국회 밖에서 국민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이재명계 핵심인 정성호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외투쟁은 소수당이 국회 내 문제 해결 방법이 전혀 없을 때 하는 것 아니냐”면서 “계속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윤승민·신주영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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