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쓰다듬고 백허그, 상사 자녀 숙제... 새마을금고·신협서 벌어진 갑질

김경필 기자 입력 2023. 2. 5. 21:15 수정 2023. 2. 6.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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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과제물과 논문, 자녀 학교 숙제를 대필시켰다.” “연차 휴가를 1년 내내 하루도 못 쓰게 했다.” “남성 상사 여럿이 여직원의 손을 만지고 볼을 꼬집었다.”

고용노동부가 전국의 새마을금고와 신협 중 60곳을 추려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쏟아진 하소연들이다. 고용부가 이 60곳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성차별 등 법 위반 행위가 297건 적발됐다고 5일 밝혔다. 고용부는 “다수 기관에서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사례와 임금 체불, 휴게 시간 등 기본적인 노동권도 제대로 보호받고 있지 못한 실태가 확인됐다”고 했다.

우선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이 5건 확인됐다. 남성 직장 상사 여럿이 여성 직원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만지고, 볼을 꼬집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경우가 있었다. 회식 자리에서 여성 직원을 뒤에서 껴안거나, “무슨 생각을 하기에 머리가 많이 길었느냐” 같은 성희롱 발언을 한 경우도 있었다. 지각한 직원에게 ‘사유서’를 쓰게 하면서 부모 서명을 받아오도록 강요하고, 아버지에게 전화해 해당 직원이 해고되도록 하겠다며 소리를 지른 경우도 적발됐다. 욕설과 폭언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한 직원이 오히려 징계를 받아 해고당하기도 했다.

13곳은 여성이나 비정규직 직원을 차별했다. 남성 직원에게는 1년에 50만원씩 주는 피복비를 여성 직원이라고 주지 않거나, 세대주인 직원에게 ‘가족수당’을 주겠다면서 여성 직원이 세대주인 경우에는 주지 않은 곳, 정규직 근로자에게만 복지 혜택을 주고 비정규직에게는 주지 않은 곳이 있었다.

44곳은 직원들에게 수당과 퇴직금·퇴직연금 등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모두 임금 체불에 해당한다. 정해진 출근 시각보다 일찍 출근하게 해 ‘공짜 노동’을 시키고, 유급휴가를 가지 않은 직원에게는 보상 수당을 주지 않았다. 이렇게 근로자 829명이 임금 9억2900만원을 받지 못했다.

15곳은 본인이나 배우자가 임신·출산을 한 경우에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모성 보호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일부 사업장은 임신한 근로자에게 임의로 시간 외 근무를 시켰고, 아내가 출산을 했는데 남편에게 법으로 보장된 출산휴가 10일을 다 쓰지 못하게 했다. 육아휴직을 간 직원은 근무 성적 평가를 아예 받지 못하게 한 사업장도 있었다.

고용부가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직원 729명 가운데 5분의 1 이상(22.9%)이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을 직접 당했거나 동료가 당한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고용부는 이번 감독으로 적발한 사항들에 대해 관련자를 사법 처리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고,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등에 대해서는 자체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3일 새마을금고와 신협·농협·수협의 중앙회 임원들을 불러 “조직 문화를 혁신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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