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국 반대’ 총경 집단 좌천, 이러고도 공정·법치 말하나
지난 2일 시행된 경찰 총경급 전보인사에서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열린 전국경찰서장회의 참석자들이 줄줄이 좌천됐다. 현장 참석자 50여명 중 상당수가 시·도경찰청 112상황실이나 경찰교육기관 등 한직으로 발령났다. 총경보다 한 계급 낮은 경정이 맡던 자리나 후임 총경 아래 직위로 발령된 경우도 다수였다.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경찰국 신설에 반대 의견을 낸 데 대한 문책성·보복성 인사가 명백하다. 인사를 통한 경찰 장악이 현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의 이번 인사는 승진 후 지방에 부임했다 중앙으로 오는 등의 기존 인사 원칙을 철저히 무시했다. 수도권의 회의 참석자는 거의 지방으로 보내졌고 지방 참석자들 다수도 타 지방으로 전출시켰다. 수도권의 한 고참 경찰서장은 6개월 만에 지방청 상황팀장으로 발령되기도 했다. 이렇게 경정급 자리인 지방의 112상황팀장으로 전보된 총경이 9명이나 된다. 복수직급제를 도입해 경정급 직책을 총경도 맡도록 했다는 설명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총경회의 참석자와 동조자, 수사구조개혁 관련자 등을 꼭 집어 주요 보직에서 배제할 수 있는가. “30년 동안 이런 인사는 못 봤다”는 경찰 간부의 말에 공감이 간다. 경찰청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이끌어온 수사구조개혁팀을 폐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사구조개혁팀은 총경급이 지휘하던 과에서 한 단계 아래인 계 단위 조직으로 격하됐다. 검찰에 편중돼 있는 수사 권한을 경찰로 덜어내는 일은 우리 사회의 오랜 숙원이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라고 공식 발령을 받아 일한 사람들을 한직으로 내몰았다.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현 정부가 경찰국을 신설할 때부터 경찰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총경회의는 그에 대한 경찰 중견 간부들의 자연스러운 의사 표현이었다. 그런데 정부와 경찰 수뇌부는 참석자들에 대한 감찰조사를 벌인 것도 모자라 보복 인사를 감행했다. 정부 정책 기조에 반대하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능력보다는 정권에 대한 충성만이 살 길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직업 공무원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자, 시대를 거꾸로 되돌리는 행태이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표방한 공정과 법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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