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사명감 밝힌 여민지, "골때녀 인기 실감... 월드컵의 해, 'AGAIN 2010' 기여하고파"

임기환 기자 2023. 2. 5. 19: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스트 일레븐=동해)

여민지. 2010년 전후의 축구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한때 한국 여자축구를 상징했던 아이콘이다. 

2010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2010 FIFA(국제축구연맹) U-17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FIFA 주관 대회 첫 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이끈 주인공이었다. 한일전으로 펼쳐진 결승전에서는 2도움을 기록했다. 대회 득점왕(골든부트), 최우수선수상(골든볼)도 모자라 한국 축구 역사상 FIFA 주관 대회 한 경기 최다 득점(8강 나이지리아전 4골) 기록까지 작성했다. 

요즘 팬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그만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자축구의 전 세계적 유망주였다. 그리고 이제는 어엿한 삼십 대로 접어든 베테랑으로 한국 여자축구의 부흥을 뒷받침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대업의 초석은 바로 2021년에 입단한 경주 한수원(한국수력원자원)의 우승을 이끄는 일일 것이다.

여민지가 속한 경주 한수원은 제주도에서 1차 동계 전지훈련을 마치고 연고지 경주를 거쳐 최근 강원도 동해에 베이스 캠프를 차렸다. 이곳에서 만난 여민지는 밝아 보였다. 그는 "작년 12월에 왼쪽 무릎의 핀을 빼는 수술을 해 최근까지도 재활에 주력했다. 새로운 친구들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냈고, 동해에선 대학교 팀과 친선전을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려고 한다"라며 활짝 웃었다.

이번 시즌은 본인에게도 남 다를 시즌이다. 2년 연속 주장 완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이후론 주장 역을 해보진 않았다"라며 어색함을 밝힌 여민지는 "이젠 거의 저도 중고참이다. (송주희) 감독님과 코치진이 피치 안팎에서 믿어주시고, 직책까지 주시니 저도 그만한 책임감이 생긴다. 작년엔 언니들이 잘 도와주고, 후배들도 잘 따라줘 주장 역을 이행할 수 있었다. 팀에 희생하고 코치진과 선수 사이에서 가교 역 잘해내겠다"라고 전했다.

지난 시즌은 여민지에게도 아쉬움이 가득한 시즌이었다. 아무래도 부상 여파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민지는 "저뿐 아니라 팀 전체적으로 부상과 이적이 있었다. 소담이가 시즌 첫 경기부터 큰 부상을 당했고, 예은이도 시즌 중반 브라이턴으로 이적했다. 특히 챔프전 결과가 아쉽다. 이전까진 누가 들어가든 늘 경기력이 좋았다. 그런데 그 무렵은 상은 언니도 나도 부상이었다. 허리 공백도 컸다. 아스나 언니도 갈비뼈 골절로 2차전을 못 뛰었다. 그 여파로 챔프전 때도 좋은 모습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다. 올해는 모두가 큰 부상 없이 몸 관리 잘하면 좋은 성적 낼 수 있다. 올해는 정말 우승했으면 좋겠다"라고 아쉬움 속 기대감을 밝혔다. 

여민지도 어느새 여자축구의 베테랑이 되었다. "벌써 서른이 넘었네요"라는 그의 말에는 전과 달리 연륜이 느껴졌다. 그 사이 한국 여자축구도 많이 변했다. 골 때리는 그녀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엘리트 중심에서 생활체육 쪽으로 저변이 넓어졌다. 여민지 역시 "골때녀가 전환점이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재밌게 보는데 매스컴 효과가 크다. 골때녀 선수들이 우리 경기까지 보러 오신다. 2010년도(여민지와 지소연이 연령별 대회에서 호성적을 내던 시절)는 20세와 17세 대회 성적 내고 반짝 인기였다. 그 이후로 잠잠하다 최근 다시 인기여서 반갑다"라며 최근의 여축 붐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다만 그 와중에 아쉬움도 조심스레 밝혔다. 여민지는 "콜린 벨 감독님께서 부임하시면서 협회도 그렇고 많이 지원을 해주시는 걸 체감한다. 하지만 여자축구에 관한 관심은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입장료도 무료다. 관중석이 빌 때와 찰 때의 차이는 크다. 팬 분들께서 많이 찾아 주시면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력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자축구가 다른 여성 스포츠보다 나은 이유를 꼽아 달라고 하자 여민지는 "'여축' 하면 늘 저를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 그만큼 여축이 알려지면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다른 좋은 선수이 많은데도 다른 종목에 비해 관심이 덜한 건 사실이다. 여자배구만 해도 팬 분들이 많다. 아무래도 심플하고 다이내믹한 종목 특성도 있겠다. 그런데 여축도 가까이 와서 보시면 선수 개인마다 성향과 스타일이 다르다. 파워풀한 선수도, 아기자기한 선수도 있다. 축구는 어떻게 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재밌는 부분이 많다. 직접 와서 보시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라며 여자축구의 매력을 어필했다.

그러면서 "골때녀의 흥행으로 여축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제 주위에도 많은 여성 분들이 생활축구, 플립풋볼, 풋살을 하고 계신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WK리그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선수들이 더 힘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바람도 전했다.

올해는 여자 월드컵도 있다. 오는 7월부터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여자 월드컵이 열린다. 골때녀 인기가 여자 월드컵까지 이어진다면, 여자축구의 부흥도 꿈은 아니다. 여민지도 "월드컵의 해다. 남자축구처럼 WK리그 선수들이 월드컵에 가서 조규성 선수처럼 좋은 활약을 펼치고, 그 인기가 리그까지 이어지게끔 선수들이 노력해야 한다"라며 여자축구도 월드컵 붐을 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민지 개인적으로도 중차대한 시기다. 그는 "작년 6월에 대표팀 명단에 들었는데 부상 때문에 가지는 못했다. 벨 감독님께서 항상 문이 열려있다고 하셨으니, 올해 폼 잘 찾아서 리그에서 좋은 경기력 보여주는 게 우선이다. 세진언니, 아스나 등 우리 팀에도 삼십 대 중후반의 언니들을 보면 아직도 스피드가 있고 몸관리가 대단하다. 아스나는 성인 월드컵 우승 멤버인데도 아직도 잘한다. 어릴 땐 큰 욕심 없었는데, 언니들 보면서 나 역시 최대한 관리를 잘해 롱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2023년을 도약의 한해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밝혔다.

한수원의 목표가 곧 개인의 목표인 믿음직한 주장 여민지. 올 시즌도 현대제철의 아성에 도전한다. 그는 "매번 우승 문턱에서 아쉬웠는데, 그래도 우린 계속 도전한다. 현대제철을 넘는 일?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 목표는 여전히 우승이다. 팬 분들께 드리는 바람이 있다면 여축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성원에 걸맞는 경기로 꼭 보답 드리겠다. 2년 차 주장의 책임감을 갖고 팀 승리에 이바지하겠다"라고 새 시즌을 앞두고 파이팅을 외쳤다. 서른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여민지와 한수원의 꿈이 영글길 기대해본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베스트 일레븐 DB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Copyright © 베스트일레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