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꺼진 벤처 붐… 기업가치 하락→돈맥경화 '악순환' [돈줄 막힌 벤처 생태계(上)]

강경래 2023. 2. 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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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벤처투자가 10년 만에 역성장한 가운데 올 들어 고금리로 벤처기업들의 투자유치 등 자금조달 사정은 1∼2년 전보다 크게 악화됐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는 "올해 들어서도 금리인상을 비롯해 물가상승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글로벌 악재로 인해 당분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벤처투자 역시 연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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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투자액 12% 줄어든 6兆대
고금리에 올해도 반등 쉽지않아
"VC와 미팅 자체가 안잡혀요"
잘나가던 기업도 자금난 허덕
#. "벤처캐피털(VC)에서 투자를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A사는 과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A사는 최근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A사 대표는 "벤처캐피털 2곳을 방문해 30억원 투자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분위기상 10억원 조달도 쉽지 않다. 자금조달이 난항을 겪을 경우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벤처투자가 10년 만에 역성장한 가운데 올 들어 고금리로 벤처기업들의 투자유치 등 자금조달 사정은 1∼2년 전보다 크게 악화됐다. 올해도 경기침체 상황에서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말까지 벤처업계의 '돈맥경화'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투자유치를 위해 기업가치를 낮추는 벤처까지 등장하고 있다.

■벤처투자 하반기 반등 기대 어려워

5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는 전년 7조6802억원보다 11.9%(9162억원) 감소한 6조7640억원에 머물렀다.

벤처투자는 최근 몇 년간 증가세를 보이며 '제2벤처붐'이 일어났다. 실제로 벤처투자는 2018년 3조4249억원에서 이듬해 4조2777억원으로 24.9% 늘어났다. '코로나 팬데믹'이 불어닥친 2020년에도 벤처투자는 4조3045억원으로 증가세(0.6%)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벤처투자가 2012년 이후 10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제2벤처붐 열기가 사그라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벤처투자는 올해도 반등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벤처투자가 빠르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1·4분기 벤처투자는 2조221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8.5%(9027억원) 증가했다. 2·4분기에도 1.4%(262억원) 늘어난 1조9315억원으로 분기 역대 최대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3·4분기 벤처투자는 1조2843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38.6%(8070억원) 줄면서 하락세로 급반전했다. 4·4분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43.9%(1조381억원) 감소하면서 하락폭이 확대됐다. 이 같은 흐름이 올해도 이어진다면 벤처투자가 매 분기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는 "올해 들어서도 금리인상을 비롯해 물가상승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글로벌 악재로 인해 당분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벤처투자 역시 연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가치 하락에 투자유치도 난항

실제로 벤처기업 현장에서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블록체인 서비스에 주력하는 B사는 연구개발(R&D) 자금과 인력 확보 등을 위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벤처캐피털 관계자와 미팅하는 것 자체도 힘들다고 한다. B사 대표는 "벤처캐피털과의 전화 연락은 물론 이메일 응답조차 기대할 수 없다"면서 "데모데이 등에 나가 눈에 띄지 않으면 투자자와 만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현장에서 벤처기업 관계자들과 만나보면 대부분 자금조달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한다"면서 "특히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더욱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C사는 1년 전만 해도 기업가치 150억원을 기준으로 벤처캐피털과 자금조달을 논의했지만 자금조달을 받지 못해 지금은 50억원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낮춰 자금조달에 나섰다. C사 대표는 "기업가치 하락과 함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금액 역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이마저도 조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는 "벤처기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고금리 상황에서 민간을 중심으로 한 벤처투자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벤처생태계 전반에 걸친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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