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그래, 돈이다!" 책으로 만나는 최고의 연극

박영서 2023. 2. 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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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4년 3명의 유대인 형제들이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들은 면화 판매상으로 시작해 은행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탈리아 극작가 스테파노 마시니는 이를 계기로 리먼 형제들의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책은 리먼 브라더스의 시작과 끝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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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트릴로지
스테파노 마시니 지음 / 조원정 옮김 / 지만지드라마 펴냄

1844년 3명의 유대인 형제들이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들은 면화 판매상으로 시작해 은행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3대를 거치면서 세계적인 금융제국이 건설됐다.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다. 리먼 브라더스는 세계 4위의 투자은행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파생상품 손실에서 발생한 6130억 달러(약 754조원)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파산했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은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속성과 한계를 드러낸 충격적 사건이었다.

이탈리아 극작가 스테파노 마시니는 이를 계기로 리먼 형제들의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마시니는 현실적 경제 문제의 진짜 원인, 즉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속성과 작동 원리에 근접하겠다는 의도로 작품을 구상했다. 마시니는 방대한 자료 연구를 바탕으로 리먼 브러더스 가족사와 자본주의 역사를 극적인 대서사로 완성했다.

책은 리먼 브라더스의 시작과 끝을 그린다. 리먼 브라더스를 일군 리먼 가문의 160여년 역사를 압축하고 있다. 160여 년에 걸친 장구한 이야기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세계 경제를 장악하고 지배하기 위해 어떻게 발전했고, 결국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보여준다.

다만 저자는 리먼 가족이나 은행의 파산, 자본주의 일반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배제했다. 누가 옳고 그른지 지적하면서 반(反)자본주의 메시지를 설교하는 장면은 단 하나도 없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그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에게 유익하도록 고안된 시스템이 어떻게 인간을 파멸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리먼 트릴로지'(The Lehman Trilogy)는 2018년 영국 국립극장에서 초연됐고 이듬해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며 큰 인기를 누렸다. 2020년 한국에도 소개됐다. 영국국립극장과 제휴해 선보이고 있는 NT라이브(영국국립극장 공연 영상화 프로젝트)를 통해서였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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