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찰스 3세 英 국왕, 탈북민 초청해 북한인권 상황 청취

영국 찰스 3세(사진) 국왕이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민 등 영국 내 동아시아공동체 주민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북한 인권상황 등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영국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탈북민 박지현(53) 씨가 지난 2일(현지시간) 트위터로 알렸습니다. 그에 따르면 찰스 3세는 전날 오후 런던 버킹엄궁에서 영국 내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공동체를 기념하기 위한 연회를 열었습니다.

해당 연회에는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뿐 아니라 지난해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막내아들 에드워드 왕자와 딸 앤 공주, 사촌 알렉산드라 공주부터 켄트 공작과 글로스터 공작부인까지 다양한 왕실 인사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씨는 트위터에 "찰스 3세 국왕과 왕비를 만난 건 영광이자 특권이었다"라며 "찰스 3세는 '북한에서 탈출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며 당신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찰스 3세는 내 이야기와 북한의 암울한 상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덧붙였습니다.

박 씨는 또 다른 트위터 게시물에서 찰스 3세와 악수를 하는 사진과 함께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문구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번 만남은 왕실의 초대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그가 공개한 초대장에는 "2023년 2월 1일 수요일 오후 6시 30분 영국 내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공동체를 기념하기 위해 영국 왕과 왕비가 버킹엄궁에서 개최하는 연회에 박지현 씨를 초대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인 박 씨는 1998년 탈북한 뒤 인신매매 브로커에 의해 중국 농촌에 팔려 가 강제 북송되는 등 온갖 고난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재차 탈북해 베이징에서 숨어 살던 그는 미국 국적 목사의 도움으로 2008년 영국에 정착했습니다. 이후 유럽에서 탈북 여성이 중국에서 겪는 고난과 북한의 인권 실태를 알리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오고 있습니다.

그는 2020년 2월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가 수여하는 '앰네스티 브레이브 어워즈'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31일에는 미국 뉴욕에서 박 씨의 경험담을 담은 책 '가려진 세계를 넘어(Hard Road Out)' 미국판 발간 행사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행사에는 현지 문화·경제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고 합니다. 이 책은 영국에서 박씨를 알게 된 남한 출신 또래 여성이 5년간 기록한 구술록입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