羅 출마저지 이어 `安 국정방해꾼` 직격… 與 전대 흔든 `尹 전언정치`

대통령실 '尹·安 연대 표현' 격노
"동격 취급은 尹 리더십 흔드는 것"
안철수 "정당민주주의 근본 훼손"
용산 개입설에 전대 진흙탕 싸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전언 정치'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흔들고 있다.

유력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를 저지한데 이어 1위주자로 급부상한 안철수 의원까지 겨냥하고 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5일 국회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회동한 뒤 기자들을 만나 "(안 의원이 사용한) '안윤연대'라는 표현은 정말 잘못된 표현"이라면서 "대통령과 당 대표 후보가 동격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냐. 그렇다면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이야기"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 수석은 "당 대표 후보가 대통령과 동격인 표현, '연대'라는 표현은 저는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다"며 "지금 당 대표를 뽑는 선거지 대통령 후보를 뽑는 선거가 아님에도 그런 표현을 했다는 것은 오히려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려는 안 의원의 의도가 아닌가 생각할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수석은 "(윤 대통령이) 저에게 말씀한 뉘앙스로는 '대통령을 당 대표 선거에 끌어들이지 마라'는 얘기"라면서 "안 의원은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고, 대통령실 얘기 하지 말고, 정책과 후보들 간의 논리와 말씀으로 선거에 임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진에 "실체가 없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표현을 운운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자는 국정운영 방해꾼이자 (대통령의) 적"이라고 말하며 안 의원에 대한 반감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점을 들어 이른바 '윤안연대'를 표방하고 나선 것을 못마땅해 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또 안 의원이 일명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를 지칭하며 "대통령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다음 공천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공격한 것에 대해서도 국정운영을 호도하고, 나아가 대통령을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 측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과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기류를 말씀드리면, 국정 수행에 매진 중인 대통령을 후보와 동률에 세워놓고 캠페인에 넣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앞으로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안 의원을 거듭 겨냥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출마의사를 접은 나경원 전 의원 때도 측근을 통한 전언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던 나 전 의원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대출탕감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 결국 김대기 비서실장, 안상훈 사회수석 등 대통령실과의 공개마찰로 압박을 느낀 나 전 의원은 결국 출마를 접었다.

윤 대통령의 '전언'의 영향력이 커지자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용산 개입설' 논란이 커지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SNS로 "정당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라는 익명을 통해 '특정 후보에 윤심이 있다, 없다'는 기사가 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에 촉구했다. 또 당규 제34조를 들어 현역 의원·당협위원장들의 특정 캠프 선거·낙선운동을 제재해달라고 했다.

이준석계인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는 "'윤핵관'들은 안 의원을 향한 집단린치를 당장 멈추길 바란다"며 친윤계의 대선 단일화 효과 평가에 대한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도 대통령실과 '윤핵관'의 행보에 "대통령의 '당무 개입 않겠다'는 말씀과 전혀 다르게 보인다"고 비판했다.

반면 '윤심'(尹心)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SNS로 "'윤안연대', '대통령 연대보증인' 을 전국에 설파하며 대통령을 팔아 표를 모으려 한 장본인은 누구냐"고 안 의원을 공개 저격했다.

정 비대위원장도 안 의원에 대해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당내 선거에 끌어들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안윤연대 표현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경·한기호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