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출신` 임종룡, 고질적 우리금융 계파갈등 뿌리뽑나

강길홍 2023. 2. 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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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임추위 차기회장 내정
한일-상업은행 오래된 파벌
고질병 고칠 적임자로 선택
과감한 내부 조직혁신 기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 연합뉴스

임종룡(사진)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에 내정되면서 우리금융의 고질병으로 불리는 계파 갈등이 뿌리 뽑힐지 주목되고 있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우리금융의 과감한 조직 혁신을 위해서는 외부 인사가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우리금융은 출신 은행에 따른 파벌 싸움이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에 우리금융 임추위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직을 진단하고 주도적으로 쇄신을 이끌기 위해서는 외부 인사가 적합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주요 은행 대부분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인수·합병(M&A)을 겪었지만 우리은행의 파벌 싸움은 유독 심하다는 평가다. 주로 큰 은행이 작은 은행을 인수한 것과 달리 당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은 규모가 대등한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으로 합병돼 우리은행(옛 한빛은행)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결국 합병 당시부터 고위직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치열했고 자연스럽게 출신은행에 따른 계파가 형성됐다. 그렇게 시작된 계파 갈등은 지금까지도 완전히 뿌리 뽑히지 못했다. 특히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전 은행장과 이광구 전 은행장이 연달아 수장이 되면서 지독한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기도 했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행장을 맡는 암묵적인 원칙이 깨진 탓이다.

이광구 전 행장이 채용비리 사태로 물러나게 된 것도 계파 갈등이 한 원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광구 전 행장이 연임에 성공한 이후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상업은행 출신들이 고위직을 장악했다는 불만이 한일은행 출신 사이에서 나왔고, 이들이 채용비리 사태를 터트렸다는 것이다.

채용비리로 물러나게 된 이광구 전 행장의 자리는 손태승 현 회장이 차지했다. 한일은행 출신으로 권력이 넘어온 셈이지만 손 회장은 계파 갈등 해소를 약속했다. 우리은행이 다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상업은행 출신인 권광석 전 행장이 우리은행 새 행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다만 권 전 행장은 은행장 임기가 통상 '2년+1년'인 것과 달리 '1년+1년'의 임기로 2년만에 물러나게 됐다. 권 전 행장의 빈 자리는 한일은행 출신인 이원덕 현 행장의 몫이 됐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같은 은행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2008년 이팔성 전 회장과 이종휘 전 은행장 이후 처음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모두 한일은행 출신이었다. 지주회장과 은행장 자리가 모두 한일은행 출신 차지가 되자 상업은행 출신 임원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손 회장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손 회장의 용퇴로 차기 회장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원덕 행장의 도전이 무산된 것도 계파 갈등 해소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임추위는 우리은행 내부 출신으로는 누가 선임되더라도 계파 갈등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외부 출신 인사가 높은 평가를 받게 됐고, 후보 4명 중에서 유일한 외부 인사인 임 전 위원장이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금융권에서는 외부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이 우리금융의 해묵은 계파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출신 은행에 따라 '모시는 분'이 달라지고, 충성하는 문화가 여전하다"면서 "임 전 위원장도 우리은행의 내부 파벌 문제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임 전 위원장은 우리금융의 계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립적인 시각을 가진 외부 인사가 수장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임 전 위원장은 우리금융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이후 배포한 입장문에서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혁신과 새로운 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그룹이 시장, 고객,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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