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조 고특회계'로 숨통텄지만···"등록금 자율화 없인 역부족"

신중섭 기자 2023. 2. 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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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신년기획-尹정부 2년차, 4대개혁 적기다]
2부 교육이 국가 미래다 <2> 대학 '인구절벽' 직격탄 -갈길 먼 재정 확보
등록금 규제에 14년간 실질인상률 -23%
노후시설 수두룩···곳곳 교직원 임금동결도
교육의 질 끌어올려 국가적 손실 막아야
등록금 동결 기조가 이어진 2010년 이후 전국 사립대 가운데 처음 등록금을 인상한 부산 동아대 부민캠퍼스 전경. 사진 제공=동아대
[서울경제]

올해 약 9조 7000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가 신설되면서 벼랑 끝에 몰렸던 대학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고특회계가 고등교육 지원 확대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국내 대학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인재 산실의 역할을 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호소한다. 고등교육계에서는 고특회계의 3년 한시 일몰제 폐지와 고등교육교부금 신설, 등록금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대학 투자 확대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며 신설된 고특회계는 정부의 기존 고등교육 예산 8조 원에 지방재정교육교부금에 투입될 교육세 세입에서 끌어온 1조 5000억 원과 정부가 추가 지원하는 2000억 원이 더해져 총 9조 7000억 원 규모로 마련됐다. 당초 정부안은 교육교부금에서 3조 원을 이전하는 등 총 11조 2000억 원 규모였으나 초중등 교육계와 야당의 거센 반발로 규모가 줄고 3년 한시 설치하기로 했다.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대학들은 “숨통이 트였다”며 반색하고 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대학들은 최근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15년째 이어진 등록금 규제 여파로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여 왔다. 줄어든 수입도 대부분 인건비나 교내 장학금 등에 쓰이면서 중고교보다 못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대학들이 수두룩한 실정이다.

실제 초중등 교육예산인 교육교부금이 내국세 연동 방식으로 급증하는 동안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교부금 예산은 2020년 53조 5000억 원에서 지난해 81조 3000억 원으로 2년 만에 52% 늘었다. 반면 고등교육 예산은 2020년 10조 9000억 원, 2021년 11조 8000억 원, 지난해 11조 9000억 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학들은 고특회계 신설로는 역부족이라며 3년 한시 일몰제를 폐지하고 항구적 재원 확보를 위해 고등교육교부금 등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15년째 사실상 동결돼 온 ‘등록금’ 규제를 완화시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14년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등록금 인상률은 -23.2%였다. 교육부는 2009년부터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에는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등록금 동결·인하를 유도해 왔다.

재정난을 버티다 못한 일부 대학은 등록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동아대는 13년 만에 전국 사립대 최초로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으며 정부로부터 교직원 급여와 운영비를 지원받는 교대들조차 인건비와 공공요금 인상 등 여파로 등록금을 올리고 있다. 고등교육법상 대학은 최근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 인상이 가능한데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올해는 4.05%까지 인상할 수 있게 되면서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지 않더라도 등록금을 올리는 게 대학 재정에 더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학생들이 먼저 ‘등록금을 올리더라도 화장실 좀 고쳐달라’고 할 정도로 교육 시설과 실험장비·기자재의 노후 상태가 심각하다”면서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관건은 학생·학부모의 반발이다. 서울경제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교육 분야 국민 인식 조사 결과 국민의 60.9%는 등록금 규제 완화에 동의하지 않았고 37.1%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부담을 인식하고 있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최근 “등록금 자율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의 한 주요 사립대 총장은 “학생들의 교육 환경뿐 아니라 교직원 임금마저 오랜 시간 동결한 상태”라며 “국민들도 대학 재정 부실이 교육의 질 저하를 불러오고 이는 곧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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