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도 경험도 부족"… 코로나 학번 못 미더운 기업

송민근 기자(stargazer@mk.co.kr) 2023. 2. 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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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담당자 절반 "신입사원 경쟁력 하락 우려"
비대면 강의만 듣다가 졸업
소통·팀워크 키울 기회 부족
학점 퍼주기에 변별력 실종
코로나 학번 취준생도 한숨
"선배들처럼 대외 활동 못해
지원서에 적을 스펙도 없어"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A씨는 2020년 3월 대학에 입학했다. 다니고 싶던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삼수까지 했지만 그가 기대했던 파릇파릇한 3월의 대학 캠퍼스는 없었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3년 가까이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했다. 20학번은 자신들을 '고교 4학년' '미개봉 중고' 등으로 부른다.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담긴 자조다. A씨는 "코로나19 이전에 대학을 다닌 선배들이 누렸던 대외 활동이나 인턴과 같은 기회는 거의 없었다"며 "취직을 준비하려고 하지만 쌓은 스펙이 적어 지원서 쓰는 것도 힘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학번'의 사회 진출을 앞두고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부족하고 대면 소통에 상대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세대와 공존해야 하는 상황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기업에 재직 중인 인사담당자들은 코로나 학번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학번'은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강의나 외부 활동에 지장이 발생한 대학생 세대를 이르는 말이다. 입학과 군 생활, 외부 활동 기간이 코로나19 확산기와 겹치는 2015~2023년 입학생을 주로 의미한다. 매일경제는 HR테크 기업 인크루트에 의뢰해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 442명에게 코로나 학번의 경쟁력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53.8%는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코로나 학번의 부족한 부분으로는 사회성이나 적응력이 꼽혔다. 경쟁력 부족을 염려한 응답자의 65.6%(복수응답)는 '조직 내 융화와 적응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업무 협업(팀워크) 우려'가 있다고 답한 비율도 52.7%에 달했다.

코로나 학번은 대면 수업이 비대면(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걱정의 시선을 받고 있다. 국내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비대면 수업이 일반화되고 '팀플(협업과제)'이나 대외 활동 경험이 줄어든 세대인 만큼 조직 융화에 대해 염려하는 인사담당자가 많다"고 했다.

코로나 학번이 다른 세대보다 지식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공 지식 부족'을 걱정한 응답자가 33.2%나 됐다. 코로나19에 따른 '학점 인플레이션'과도 관계가 있다. 대학이 대면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상당수가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절대평가는 교수 성향에 따라 최고 학점을 수강 인원 다수에게 주는 것도 가능한 형태다.

이에 따라 인사담당자 중 90.3%는 "학점 인플레로 대학 성적의 변별력이 사라졌다"고 답변했다.

학점보다 더 중요해진 것은 '사회 경험'이다. 설문에 참여한 인사담당자들은 '코로나 학번이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인턴·계약직을 포함한 사회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이 항목을 고른 응답자는 전체의 60.4%에 달했다. 자격증(12.4%)과 대외 활동 경험(8.4%)이 뒤를 이었다.

인사담당자들이 꼽은 사회 경험은 코로나 학번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다. 최근 취직 관문을 뚫은 15학번 B씨는 "신입 공채에 지원해도 인턴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부터 받는데 코로나19 기간에는 그런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회사 선배에 비해 쌓아온 스펙이 적어 나중에 업무 능력이 부족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코로나 학번의 입사에 맞춰 커뮤니케이션 활동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최근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를 계기로 주요 사내 교육을 대면으로 바꾸고 있다"며 "코로나 학번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면 교육을 '꼰대스럽다'고 여기는 MZ세대 인식 때문에 이를 마냥 늘리기도 쉽지 않다는 게 인사담당자들의 하소연이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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