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짜리 그림 1000원씩 쪼개서 거래…한도 제한해 투자자 보호

김명환 기자(teroo@mk.co.kr) 2023. 2. 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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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토큰증권 전면 허용…가이드라인 발표
뮤직카우·카사코리아 등
일부 시범 허용된 조각투자
블록체인 기술로 증권 발행
주식·채권·ELS도 '토큰' 가능

"토큰증권은 종이증권, 전자증권에 이어 제3의 증권 형태가 출현한 것이다. 일반인에게는 다양한 투자 대상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지만, 투자자 보호 이슈도 그만큼 중요해질 것이다."

5일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허용 방침을 내놓은 것은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인정하고 본격적으로 제도권 투자 대상에 접목하도록 허용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증권사를 통해 주식과 채권을 발행하면 정규 거래소나 장외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사고팔면서 수익을 내왔다. 자본시장이 발전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형태의 파생상품이 쏟아져 나왔지만 모두 정형화된 증권 형태였다.

하지만 안전성이 강화된 블록체인 기술이 발달하면서 빌딩, 미술품, 음원 저작권 등 기존 증권 방식으로는 거래가 어려운 비정형 상품을 사고팔려는 욕구가 커졌다.

이런 욕구를 실현시켜준 것이 바로 토큰증권이다.기존 전자증권은 중앙집중적으로 등록·관리하는 방식이어서 표준화된 주식·채권 등을 대량 발행하고 거래하는 데 적합했다. 반면 토큰증권은 탈중앙화를 특성으로 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해 소규모 다양한 권리에 대한 증권 발행 문턱을 낮출 수 있다. 토큰증권이 일상화되면 10억원짜리 빌딩도, 100억원짜리 그림도, 1억원짜리 음원 저작권도 1000원이든, 100원이든, 10원이든 소액으로 쪼개 얼마든지 사고팔 수 있다.

금융위는 내년부터 토큰증권이 제대로 발행·유통되기 위해서는 인프라스트럭처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핵심은 주식 채권처럼 발행과 유통을 철저히 분리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없애고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미술품, 음원 등에 조각 투자하는 '토큰증권'이 내년부터 허용될 전망이다. 사진은 현재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음원 조각 투자 서비스를 하고 있는 뮤직카우 본사. <이승환 기자>

먼저 직접 토큰증권을 발행하고 등록 관리하는 발행인 계좌관리 기관을 신설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자본 요건이 있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증권사를 통해야 한다.

유통은 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해 토큰증권을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형태의 소액 투자가 많은 만큼 여러 가지 중개업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다만 대규모 거래를 위해서는 한국거래소가 디지털증권시장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장외거래중개업 신설과는 별도로 추진하기로 했다.

토큰증권은 개념상 비상장 기업이 거래소 상장 대신 토큰증권을 발행해 유통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거래소 상장 대신 이런 방식을 선택하면 얼마나 장점이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금융위는 일단 분산원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투자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요건을 요구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복수 참여자가 거래 기록을 확인·검증하고, 사후적 조작·변경이 방지되며, 토큰증권 발행이나 거래를 위해 별도의 가상 자산을 필요로 하지 않는 등의 조건이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기존 전자증권과 동일한 전자증권법상의 투자자 보호장치가 적용된다"며 "토큰증권에도 전자증권법에 따른 권리 추정력과 제3자 대항력 등이 부여돼 투자자 재산권이 보호된다"고 설명했다.

토큰증권은 증권의 외형적 요건을 갖췄는지를 전자등록기관인 예탁결제원이 심사한다.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내년 중 토큰증권 생태계를 본궤도에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토큰증권을 제도화하는 것은 증권 유통제도 확대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투자 형태가 존재하는 소규모 장외시장 형성으로 인해 현재 상장 주식시장 중심인 증권 유통제도의 저변이 넓어질 수 있다고 금융위는 보고 있다.

금융위는 "주식 등 정형적인 증권과 거래소 상장시장 중심의 제도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다양한 비정형적 증권의 소액 발행·투자 및 거래 요구가 있어왔다"며 "지금까지 허용되지 않던 장외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다양한 증권이 그 성격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유통되고 다변화된 증권 거래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토큰증권을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시장 참여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KB증권은 플랫폼 개발이 진행 중으로, 블록체인 연동 여부 등 핵심 기능 시험 수행도 완료한 상태다.

한국투자증권도 기초자산을 토큰화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계열사이자 블록체인 전문 기업인 람다256과 협업 중이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람다256과 제휴를 맺고 플랫폼 사업 기능 검증(PoC)에 착수한 상태다. 신한투자증권은 또 토큰증권과 관련 민간 협의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부동산 유동화 수익증권을 디지털 증권으로 발행하는 플랫폼인 펀블과 디지털 부동산 수익증권 관련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예 조각투자 플랫폼 인수를 고려하는 증권사도 있다. 대신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은 바 있는 부동산, 저작권, 대출채권 등은 토큰화가 용이할 것"이라며 "유통시장이 잘 구축돼 있는 자산보다는 부동산, 선박금융 등 대체자산도 토큰화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용어

토큰증권(STO·Security Token Offering) : 부동산 미술품 음원 지식재산권 등 비정형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증권을 의미한다. 실물 기초자산 없이 디지털 암호로 만든 가상화폐(코인)와는 개념이 다르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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