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하나가 된다 [헐크의 일기]

김동영 입력 2023. 2. 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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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3월1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 기념 삼성 레전드팀과 연예인 연합팀의 이벤트 경기에서 레전드팀 이만수가 타격을 하고 있다. 대구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4일 아침에 우연찮게 동영상을 보면서 예전에 쓴 글을 다시 한번 봤다. 2019년 8월에 HBC 유소년 팀과 선수들 그리고 권혁돈 감독, 한상훈 감독과 같이 경북 의성으로 내려가 2박 3일 동안 재능기부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난다.

경북 의성은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어 우리 나라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바로 그 곳에서 HBC 선수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했다. 평소 아끼는 후배인 권혁돈 감독의 부탁으로 의성군에 방문해서 지역 어린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쳐 주는 재능기부 시간을 보냈다.

권혁돈 감독이 ‘도시보다 야구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경북 의성 어린이들 대상으로 야구를 가르쳐 주고 싶다’며 함께 하자고 했다. 일단 경북 의성과 예천 그리고 가까운 안동까지 지역 어린이 대상으로 야구를 통해 함께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또 어린이들에게 야구를 통해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마지막 날에는 HBC 선수들과 야구를 좋아하는 의성 어린이들이 양 팀으로 나누어서 게임을 했다. 의성 유소년야구팀은 엘리트선수 없이 순수하게 취미로 하는 어린이들이 모인 팀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야구에 소질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많았다.

이날도 벤치에 50여명의 부모님이 앉아 있었는데 자녀들보다 더 열광하고 응원하는 것은 부모님들이었다. 대부분 부모님들은 야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시는 분들이다. 자기 자녀가 2루타인데 한 베이스만 가면 밴치에서 그라운드로 뛰어 나와 “빨리 한 베이스 더 가라”며 소리를 지르며 응원을 했다. 스포츠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았다.
리커버리 야구단 권혁돈 감독, 이만수 전 SK 감독, 바하밥집 김현일 대표(왼쪽부터). 사진제공 | 헐크 파운데이션
나도 옆에서 선수들과 학부형들이 열심히 운동하고 응원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권혁돈 감독이 나를 불렀다. HBC 선수들과 스태프진 그리고 야구를 좋아하는 의성 어린이 야구단 30명 마지막으로 50명이 되는 학부형들과 군수님이 계시는데 권혁돈 감독이 “이만수 감독님이 마지막으로 타석에서 타격 시범을 보인다”며 소리 높여 이야기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모든 선수들과 학부형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 5년 동안 포수들에게 시범을 보이고 재능기부 하러 다니느라 양쪽 어깨 인대가 여러군데 끊어진 상태다. 연일 바쁜 일정으로 수술 날짜를 계속 미루고 있던 중이라 내가 좋아하는 배팅 볼 던져주기와 타격시범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무척 난감했다. 이렇게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다리는데 안 할 수도 없고 과연 칠 수 있을지 생각하며 일단 야구배트를 잡았다. 첫 번 째 파울을 칠 때 솔직히 왼쪽 어깨가 끊어질 것 같이 아팠다. 그래도 어린아이들이 옆에서 “이만수, 이만수” 하며 외치는데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 다시 두 번째 타격하는데 또 다시 파울을 쳤다. 어깨가 아파 힘들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어 다시 도전했다.

마지막 세 번째 타격했는데 거짓말처럼 너무 잘 맞아 홈런을 쳤다. 다이아몬드 한 바퀴 도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현역시절 수백개의 홈런을 칠 때와 또 다른 즐거움과 기쁨이 있었다.

나는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야구복만 입으면 땀나는 것조차 신나던 선수였다. 아주 오랜만에 쳐 본 홈런의 손맛이 얼마나 좋던지. 잠깐이나마 현역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나는 야구할 때가 가장 즐겁다.
이만수 전 SK 감독.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이제는 이런 모든 것들이 하나의 추억이 되고 있다. 작년 12월14일 대구에 내려가 모교 후배들과 졸업생 선배들과 경기했다. 이날 경기 장면을 지인이 찍어서 보내주었는데 65살의 스윙이 맞는지 솔직히 나 자신도 깜짝 놀랬다. 아내와 함께 동영상을 보면서 아내가 “젊은 시절의 승부욕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변화지 않는다”고 말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나는 환갑을 훌쩍 넘긴 60대 후반의 물리적 나이에도 20대, 30대 젊은 열정으로 야구만 생각하고 있다. 야구만 생각하면 아직도 온몸에 전율을 느낀다. 힘이 솟아나고 마음이 설렌다.

문득 자다가도 내가 꿈꾸고 생각했던 동남아시아 야구의 생각이 뇌리를 스치면 갑자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벌떡 눈을 뜨게 된다. 잘 모르겠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움직이게 하는지…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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