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연금개혁, 캐나다처럼

황형규 기자(hwang21@mk.co.kr) 2023. 2. 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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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덜 받는 연금
절반의 개혁 추진
캐나다 CPPIB처럼
운용개혁도 진행돼야
연금 성과·국민 신뢰
두 마리 토끼 잡아

선진국 클럽 G7 국가 가운데 연금개혁을 성공시킨 대표적인 나라로 일본과 캐나다가 꼽힌다. 두 나라 모두 젊은 층의 연금 불신과 국민 반발을 극복해낸 정치 리더십이 지금까지 '개혁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일본의 연금개혁은 초고령사회 진입 직전인 2004년 진행됐다. 저돌적인 승부사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총대를 직접 멨다.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잃어버린 10년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터라 저항이 만만치 않았지만 특유의 돌파력을 발휘했다.

고이즈미는 정치인에겐 치명적인 선거 패배를 각오하고 13.9%였던 보험료율을 18.3%까지 높였다. 연금 안정성을 상징하는 '100년 안심 플랜'이란 말이 이때 나왔다.

캐나다의 연금개혁은 이보다 앞선 1995년 시작됐다. 당시 20년 후인 2015년 연금이 고갈된다는 충격적인 추계 보고서가 나오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개혁은 재무장관 폴 마틴이 주도했다.

1990년대 캐나다 경제 상황은 우울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는 100%를 넘었다. 연금에 대한 젊은 층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마틴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주정부를 일일이 설득하는 정치력을 발휘했다. 결국 5.5%였던 보험료율을 9.9%까지 높이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는 이후 총리에 올랐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일본과 캐나다의 개혁엔 유사한 점이 많다.

하지만 캐나다엔 일본에 없는 하나가 더 있었다. 국민들에게 돈을 더 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과 동시에 제대로 돈을 굴리기 위해 '운용개혁'에 나선 것이다.

이를 구체화한 독립적인 조직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다. 1999년 첫 운용에 들어간 CPPIB에는 단 하나의 투자 원칙이자 임무가 명문화됐다. "지나친 위험 없이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한다."

이 원칙은 비전문가인 정치인이나 관료가 관여할 여지를 초기부터 없앴다. 당연히 최고의 투자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보험료율과 운용 개혁을 동시에 해낸 캐나다 연금의 성과는 놀랍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무려 10.1%에 달한다. 장기 수익률이 연 3%대에 머물러 있는 일본 연금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높은 수익률의 비결은 최고 전문가들이 결정하는 자산 배분이다.

국내외 채권 비중이 절반인 일본 연기금과 달리 CPPIB의 채권 비중은 7%에 불과하다. 주식(27%)과 합쳐봐야 34%에 그친다. 벤치마크 수익률에서 벗어나기 힘든 주식과 채권 대신 부동산 인프라 크레디트 PE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자산에 눈을 돌린 것이 주효했다.

통상 투자 수익률의 90%는 자산 배분이 좌우한다고 한다. 어느 자산에 어느 정도 투자할지 결정하면 수익률의 90%는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수백조 원을 운용하는 연기금에선 자산 배분을 결정하는 전문가 집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CPPIB가 보여준다.

전 정권에서 차일피일 미루던 우리나라의 연금개혁도 이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보험료율 9%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건 대부분 인정한다. 그래서 인지 개혁의 핵심도 보험료율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캐나다 사례에서 보듯 보험료율과 함께 운용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원회는 투자 전문가 집단이 아닌 이해관계자 집단으로 구성돼 있다.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지배구조와는 거리가 멀다. 상장사에 투자를 결정할 때마다 논란의 소지가 발생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연평균 6%대인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이 1%포인트만 높아져도 고갈 시점은 7~8년 연장된다고 한다.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운용 개혁이 더해진다면 연금 성과와 국민의 신뢰는 동시에 배가 될 것이다.

[황형규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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