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석유 속도내는 중동에 K과학기술 DNA 심는다
탄소중립·우주·정보통신 등
과학 인재양성 핵심역할 기대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의 대표적 산유국이라는 것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석유를 넘어 과학기술 부국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UAE는 최근 들어 우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초 화성 탐사선 '아말'을 화성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시키기도 했다. 사우디 역시 2030년까지 2조원 이상 자금을 우주 개발에 쏟아부을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7조7000억원 규모 정보통신기술(ICT)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KAIST가 두 나라에 캠퍼스를 짓게 된다면 KAIST의 위상 제고는 물론이고 현지 대형 과학기술 프로젝트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KAIST 관계자는 5일 "KAIST의 현지 캠퍼스 설립이 현실화할 경우 두 나라 과학기술 인재 육성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KAIST와 두 나라 간 협력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현지 캠퍼스 설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UAE와 KAIST 간 협력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UAE의 '바라카 원전'을 한국이 수주한 것이 계기가 됐다. 원전을 운용할 수 있는 인력과 관련 기술 등에 대한 요구가 있었고, KAIST는 당시만 해도 신생이었던 칼리파대에 원자력과를 설립하고 교수들도 지원했다. 임만성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관련 기술 전수뿐만 아니라 칼리파대가 국제적인 대학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KAIST의 임무 중 하나였다"며 "칼리파대는 중동에서 손꼽히는 대학으로 올라섰고, 원자력과는 학자를 배출할 수 있는 연구 능력까지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2019년에는 칼리파대와 KAIST에 각각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과 '스마트 헬스케어' 두 분야에 대해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와의 협력도 과거부터 이어져왔다. 10년 전인 2013년 KAIST와 아람코는 CO2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이어왔다.
한 과학계 관계자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UAE 순방 때 탄소중립으로 양국 협력 범위를 넓히자고 밝힌 것이 KAIST가 현지 캠퍼스 설립을 제안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안다"며 "최근 KAIST 총동문회가 '자랑스러운 해외 동문상'에 옴란 샤라프 UAE 외교부 고등과학기술협력 담당 차관보(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 등을 선정한 것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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