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11월 파리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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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입장에서 프랑스 와인은 불친절하다.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 누아' 등 포도 품종을 라벨에 명시한 미국, 호주, 칠레 와인들과 달리 프랑스 와인은 대부분 라벨에 포도 품종이 적혀 있지 않다.
이렇게 어려운 프랑스 와인이 해외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서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세계박람회(엑스포)다.
이때 프랑스는 당시 최대 특산품인 보르도 와인을 해외 소비자들에게 홍보하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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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입장에서 프랑스 와인은 불친절하다.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 누아' 등 포도 품종을 라벨에 명시한 미국, 호주, 칠레 와인들과 달리 프랑스 와인은 대부분 라벨에 포도 품종이 적혀 있지 않다.
또 와인 이름이 '포도 생산지'인 경우가 많은데 프랑스 '지명'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어떤 게 좋은 와인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서울 와인' '강남 와인' '압구정 와인'처럼 생산지의 범위가 지역 단위-마을 단위-포도밭 단위로 좁아질수록 좀 더 고급 와인이다. 하지만 프랑스엔 가본 적도 없는 외국인이 부르고뉴-코트 드 뉘-본 로마네-로마네 콩티라는 이름만 듣고 어떤 지명이 더 크고 작은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프랑스 와인을 공부하려면 지도책을 펴 놓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어려운 프랑스 와인이 해외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서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세계박람회(엑스포)다. 프랑스 나폴레옹 3세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1855년 파리 세계박람회를 개최한다. 이때 프랑스는 당시 최대 특산품인 보르도 와인을 해외 소비자들에게 홍보하고 싶어했다. 다른 나라 소비자들은 수천 종의 프랑스 와인 중 어떤 것이 좋은 와인인지 구분하기 힘들어 구매를 꺼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박람회를 계기로 등장한 것이 프랑스 와인 '등급제'다.
먼저 해외 수출이 가능한 국가대표급 61개 와인을 선발해 '그랑 크뤼'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당시 거래가격을 바탕으로 그랑 크뤼를 다시 1등급에서 5등급까지 나눴다. 이제는 한국 와인 소비자에게도 익숙한 샤토 마고, 샤토 무통 로칠드 등 '5대 샤토'는 보르도의 그랑 크뤼 1등급 와인 5개를 의미한다.
세계박람회는 또 파리의 백화점을 세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역할도 했다. 박람회 3년 전인 1852년 파리에 세계 최초의 백화점인 봉 마르셰 백화점이 들어선다. 이 백화점은 여러 물건을 한곳에 모아두고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사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당시로는 놀라운 소비 혁명이었고 '유통'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진다.
프랑스는 이후에도 수차례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며 산업국가, 자본주의 국가로 발돋움한다. 앞서 영국도 런던 세계박람회를 개최하며 산업혁명을 전 세계에 전파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 소비재 기업들의 화두도 '미래 먹거리' 찾기다. 불경기에 마냥 움츠려 있는 게 아니라 이때를 기회로 삼아 투자할 곳을 선택해야 한다. 한국 소비재 시장의 미래는 어둡다. 출산율 0.8명. 두 명이 만나 채 한 명을 낳지 않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인구 감소는 국내 시장이 작아진다는 의미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이라면 "한국 시장에서 소비재 산업, 그거 돈이 됩니까"라고 외칠 상황이다.
결국 쳐다볼 곳은 해외 시장이다. 마침 한국의 산업을 전 세계 알릴 기폭제가 될 수 있는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이 오는 11월 예정돼 있다. 투표가 진행되는 곳은 세계박람회기구(BIE)가 위치한 파리다. 부산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등 4개 도시가 경합 중이다.
2030년 한국 경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국민적 관심과 호응이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비해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지금부터라도 11월 프랑스 파리의 '선택'을 주목하고 엑스포 유치를 더욱 열심히 응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기정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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