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코로나가 남긴 교훈은
코로나19로 인한 실내 마스크 의무가 권고로 전환됐다. 3년 만이다.
코로나19가 남긴 교훈이 많았다. 특히 코로나 사태 초기의 백신과 진단 및 치료제 개발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K-의료는 그 우수성을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았지만, 백신 '품귀' 현상까지 빚으며 다른 나라의 백신 개발과 생산량에 의존해야 했던 안타까움은 쉬 잊히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 창업자 우구어 자힌이 화이자와 함께 개발한 것이다. 우구어 자힌은 의사이자 바이오 분야를 연구하는 '의사과학자(physician-scientist)'다. 의사과학자란 의사이면서 의학 관련 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를 뜻한다. 일찍이 미국에서는 의사과학자의 중요성을 깨닫고 1960년대부터 약 120개 의대에서 이러한 양성 과정을 도입했다. 매년 배출하는 의사과학자 수만 1700명에 이른다. 이렇게 양성된 인재들이 노벨상을 받고, 글로벌 제약회사의 대표가 되어 바이오산업의 주축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의사과학자들이 이런 성과를 보이는 것일까? 그 해답은 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medical unmet needs)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성 난청으로 가족 모두 듣지 못하는 환자를 경험한 이비인후과 의사는 '유전자 편집'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난청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했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전증(간질)을 수술한 신경외과 의사는 '염기서열 분석법'을 공부해 뇌전증 원인을 찾아냈다.
의사과학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3000명이 넘는 국내 의대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 중 의사과학자로 진로를 택한 인원은 1%에 못 미친다.
최근 많은 의과대학과 KAIST 등 과학기술특성화대도 의사과학자 양성에 물꼬를 트고 있다. 우리 연세의대도 10여 년 전부터 의사과학자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의과대학 학생 때부터 전공의-군의관(전문요원)-강사까지 20년 가까운 기간을 환자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전 주기 지원을 하고 있다. 여기에 학생들이 공학과 자연과학을 배울 수 있도록 다른 단과대학과 힘을 합치고 있다. 이제 매년 졸업생의 10%에 가까운 수의 의사과학자가 양성되어 '연구중심병원'의 핵심 인력이 되고 있다.
K-바이오의 퀀텀점프를 위해서는 고부가가치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코로나19 백신 치료제와 같은 가치가 높은 기술력에 집중해야 하며 그 중심에는 의사과학자가 존재해야 한다.
오늘날 반도체가 우리나라 산업을 이끄는 젖줄이라면, 의사과학자들에 의해 키워질 의과학 바이오 기술이 제2의 반도체로 날아오를 날을 기대한다.
[윤동섭 연세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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