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 모든 순간이 행복하기를 응원한다[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기자 2023. 2. 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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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나답게 크는 아이 지원사업’의 현장교사로 처음 센터에 인사 갔던 날, 교실 한구석에서 긴장된 모습으로 있던 남자아이를 보았습니다. 그 아이는 매사에 말이 전혀 없었습니다. 항상 어두운 얼굴에 맨 귀퉁이에 앉거나 기운 없이 걸어 다니고, 친구들과 문제가 생기면 크게 화를 냈습니다. 나답게 사업에 참여하는 아동이 아니었기에 제가 개입할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나답게 사업에 참여하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업이 종료되던 마지막 날, 저는 그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며 “선생님이 우리 서준(가명)이 씩씩한 친구 되라고 매일매일 기도할게”라고 말했습니다. 사업이 종료돼 쉬고 있던 어느 날, 센터장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내년에 새로 시작하는 나답게 사업에 서준이가 참여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참 기뻤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잘할 수 있을지 책임도 느껴졌습니다.

이제 4학년이 된 서준이는 여전히 침울한 얼굴로 저를 맞이했습니다. 저는 만날 때마다 마음 색깔을 물어보았습니다.

“오늘 마음 색깔은 어때?”라고 물으면 “검은색이요.” “왜?” “그냥요….” 또 물으면 “회색이요.” “왜?” “같은 방 형이 때렸어요. 모르겠어요” 등이 반복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서준이가 먼저 “오늘 마음 색깔이 뭔지 아세요?”라고 물어왔습니다. “무슨 색인데?”라고 하자 “오늘은 빨간색이에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너무 놀랍고 궁금해 이유를 물어보니, 주말에 거의 1년 만에 친척을 만났다고 했습니다. 빨간색의 의미는 서준이에게 기분이 아주 좋았다는 것이고, 안도의 색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서준이의 마음 색깔은 초록색, 보라색 또는 노란색 등 여러 가지 색깔로 달라졌습니다. 제가 물어보지 않으면 서준이가 와서 먼저 색깔을 이야기해 주기도 합니다.

또한 수업 시간마다 보드게임을 연습했던 서준이는 보드게임에서 승리하는 횟수가 늘면서 자신감도 생겼고,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교사와 농담도 주고받았습니다. 속상한 일이 생기면 교사에게 달려와 이야기했고, 교사의 고민도 함께 생각하는 아이가 됐습니다.

서준이는 어느새 친구들에게 양보도 하고 친구들의 비밀도 지켜주며, 형들에게 귀여움을 받는 아이가 됐습니다. 서준이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 있게 교재를 풀며 재미있어 하는 등 작년하고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센터장님과 여러 선생님께 들었습니다.

교사와 함께했던 것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아이였습니다. 1년 동안 함께했던 모든 날 모든 순간이 교사인 저에게도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서준이, 모든 아픔을 혼자 이겨내려고 하는 서준이에게 나쁜 일은 이제 그만 생기고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영애(지역아동센터 경기남부지원단 현장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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