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안철수 정면충돌...정무수석 “安, 대통령 끌어들이지 말라” 공개저격

우제윤 기자(jywoo@mk.co.kr),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2023. 2. 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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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어떤 경우에도 尹 끌어들이면 안돼”
안철수 “대통령실 당무개입” 반격
“尹 신안 해상 사고 빠르게 총력대응”
대통령 대응 찬사..직접 비판은 피해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연합뉴스>
3.8 전당대회를 1달여 앞둔 상황에서 여권 내부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권 내 이른바 ‘친윤그룹’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맞수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선 강하게 ‘비토’를 놓으면서다.

특히 그동안 ‘여권 핵심 관계자’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를 통해 전해지던 안 의원에 대한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5일 여전히 ‘전언’이긴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직접 언급으로까지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윤핵관은) 당의 책임있는 정치인이 쓸 말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의 ‘직접 발언’을 전달한 것으로, 안 의원에게 이례적일 정도로 강한 표현을 써가며 경고한 것이다.

이는 앞서 안 의원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윤핵관을 언급하며 “그 사람들한테는 대통령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다음 공천이 중요하다”고 직격한 데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안 의원이 사용한 ‘윤안연대(윤 대통령과 안 의원의 연대)’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고 대통령실 참모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 상황이 막중한데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당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윤안연대’ 운운한 것은 극히 비상식적 행태”라고 지적하면서 “도를 넘은 무례의 극치”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 입장에선 작년 3월 대선 직전 윤 대통령과 단일화한 것을 생각해 한 발언이지만, 윤 대통령은 이에 확실히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안 의원도 반격에 나섰다.

안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소모적인 윤심논쟁이 계속되지 않도록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라는 익명을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해 윤심이 있다 없다라는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대통령실의 선거개입이라는 정당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실이 당무개입을 하고 있다고 정면에서 비판한 셈이다.

그러자 이날 오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곧바로 직접 국회를 찾아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면담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철수 후보께서는 더 이상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지 마시고, 대통령을 먼저 이야기하지 마시라”고 대놓고 저격했다.

이 수석은 특히 ‘윤안연대’라는 표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대통령과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지금 이야기를 하는 거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려는 안 후보의 의도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 비대위원장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진복 수석의) 그 말씀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어떤 경우에라도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을 당내 선거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점을 좀 분명히 하고 싶다”고 대통령실을 두둔했다.

안 의원은 이렇게 대통령실과 설전을 주고받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판은 자제했다. 그는 대통령실 비판 페이스북 글을 올린지 약 2시간 만에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 신안군 해상 어선 전복사고 구조현장에 해수부 장관, 행안부 차관을 급파했다”며 “우리 국민들은 어디서 사고 소식만 들려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있다. 대통령께서 국민의 마음을 잘 아시고 어제부터 빠르게 상황을 장악하고 총력대응을 지시하셨다”고 빠른 대응에 찬사를 보냈다.

이같은 안 의원 측의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분리한 대응에는 최근 급변한 전당대회 구도가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안 의원은 '윤안연대‘란 표현을 쓰며 대통령과 좋은 관계라고 강조해왔다. 이는 대통령 성공을 바라는 보수와 중도 성향 당원들의 지지를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명시적으로 안 의원을 사실상 비윤계로 지목하자 대통령실에 대한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이런 방향 전환은 어차피 친윤 후보가 되지 못할 바엔 비윤 색채를 강하게 해 비윤 표심을 잃지 않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출마 여부가 계속해서 논쟁이 돼왔던 나경원 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결국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의힘 당원이면서도 윤핵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의 표심이 안 의원에게 흡수됐고 지지율도 급등했다.

하지만 이준석계인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나오면서 안 의원 측 입장이 애매해졌다. 대통령실의 비판에도 이에 대해 대응하지 않을 경우 비판적 표심이 천 후보에게 몰릴 가능성이 있다. 친윤 표는 김기현 의원에, 비윤 표는 천 후보에 뺏기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기 전에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피한 것은 윤 대통령을 직접 비판할 경우 비윤에서 반윤이 되고 이렇게 되면 당심 100%인 현재 상황에서 큰 지지율 하락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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