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선언만이 능사는 아니야…냉정한 시장의 원리

김하진 기자 2023. 2. 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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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구. 롯데 자이언츠 제공



2월부터 10개 구단이 스프링캠프지로 떠나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가운데 아직까지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선언했던 투수 정찬헌, 강리호(개명 전 강윤구), 외야수 권희동과 이명기는 아직 미계약 상태에 머물러있다.

FA 자격을 얻는다는 것은 선수에게는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해볼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이들은 현역 생활과 은퇴의 기로에 서 있을만큼 위태하다.

키움은 최근 정찬헌을 사인앤트레이드로 타 팀에 보내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달 26일 키움이 이같은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까지 정찬헌을 데려가겠다는 팀은 나오지 않았다.

정찬헌의 FA 등급은 B등급이다. B등급에 해당하는 선수를 영입하려면 그 선수의 이전 소속팀에 보호선수 25인 외 1명, 연봉 100% 보상 또는 직전 연도 선수 연봉 200%를 지급해야 한다. 투수가 필요한 팀이더라도 영입하는 쪽에서는 기존 자원을 내놓는 출혈을 감수하고서 데려오기에는 부담이 컸다. 때문에 키움은 이 부담을 덜어주고서라도 정찬헌의 행선지를 찾아주려 애썼지만 쉽사리 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좌완 투수 강리호는 지난 3일 자신의 SNS 방송을 통해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원소속팀 롯데에 단년 계약을 하고 1년 뒤 보류권을 풀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해명을 한 강리호는 “FA 미아가 되면 그만두겠다고 성민규 단장님과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강리호는 C등급으로 보상이 필요없어 비교적 이적 가능성이 더 높아보였지만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다.

최근 3년 동안 야구 인생을 이어갈 지 여부에 대해 고민했다던 강윤구는 “은퇴는 아니다”라면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권희동, 이명기는 FA 선언이 오히려 독이 됐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NC는 무려 7명의 선수가 FA 자격을 선언했다. NC 측은 이들이 떠날 경우를 대비해 다른 대안책을 마련했다. 퓨처스리그 FA를 선언한 외야수 한석현을 영입했다. 김성욱도 제대 후 복귀해 굳이 두 명을 계약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 구단 관계자조차도 “왜 FA를 선언했는지 안타깝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거액의 계약들이 쏟아져나왔다. 양의지는 친정팀 두산과 4+2년 총액 152억원에 도장을 찍으며 이 부문 최고액을 찍었다. 양의지를 원하는 팀들이 많았고 두산의 절실함이 컸기에 나온 금액이었다.

반면 FA 미아가 된 선수들은 원소속팀에서 잔류하지 못하자 타 팀에서도 외면을 받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2021년 개막 후 NC와 계약을 한 이용찬 같은 사례가 나올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자신의 가치를 평가해보려다가 야구 인생의 큰 위기를 맞았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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