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놀이공원' 누가 가냐고? 롯데월드보다 붐빈다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3. 2. 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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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서 롯데월드 '자이로드롭'
거실서 에버랜드 '우든코스터'

연간 600만명이 찾는 테마파크 괴물 롯데월드(서울 잠실). '난공불락' 롯데월드가 연초부터 무릎을 꿇었다. 일격을 가한 적의 정체, 누굴까. 에버랜드? 서울랜드? 천만에다. 날고 기는 오프라인 테마파크가 아니다. 그 주인공, 놀랍게도 '메타버스 롯데월드'다. 3억명이 활동 중인 네이버 제페토에 만든 메타버스 롯데월드에 연간 710만명의 사이버 여행족들이 몰려든 거다. 말이 되는가. 오프라인의 진짜 방문객보다 110만명이나 많은 숫자다.

'메타버스 관광'이 일상화할 조짐이다. 매번 북새통인 지역축제 현장, 주차난 걱정 없이 클릭 한 번에 방문한다. 북한 위협에 껄끄러운 DMZ 투어, 까짓것 마음 편하게 메타버스로 방문한다. 이른바 관광 '하이브리드 핫플레이스'의 등장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는 국제회의(MICE)도 거대한 메타버스 공간이 빨아들이고 있다.

메타버스 방문율, 원톱이 롯데월드다. 올 1월 초 현재 연간 방문객 710만명을 찍었다. 실제 파크(잠실 롯데월드) 방문객이 연간 500만~600만명임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숫자다. 코로나 충격파도 너끈히 뛰어넘었다. 실제 파크는 코로나가 한창일 당시 일평균 900명에서 1000명 정도만 드물게 찾을 정도로 초토화됐다. 그 와중에 메타버스 파크는 꾸준히 2만명 정도가 방문하는 등 연일 북적인다.

나라별 방문객 비중도 흥미롭다.

【게티이미지뱅크】

먼저 진짜 여행족이 찾은 오프라인 파크의 해외 입장객 비율을 보자. 작년(2022년) 한 해 파크를 가장 많이 찾은 나라는 싱가포르로 전체의 30% 수준이다. 나머지는 베트남(20%), 인도네시아(10%), 태국(10%), 대만(10%) 순이다. 중국인들은 사드 사태 이후 잠잠하다. 동남아시아 여행족의 방문이 월등하다.

가상의 공간인 메타버스는 어떨까. 네이버가 운영하는 제페토 롯데월드의 경우 국가별 비율을 보면 인도네시아(34%), 태국(18%), 일본(14%), 미국(3%) 순이다. 오프라인 3위와 4위인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방문 비율이 역시나 1위와 2위로 높은 축이다.

단순 비교해 봐도 상위권을 휩쓴 나라가 엇비슷하다. 오프라인 공간의 여행족이 실제 파크를 방문하기 전, 메타버스 테마파크에서 간접 체험을 먼저 해봤다는 의미다. 메타버스 파크가 '테스트베드'로서의 보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메타버스 방문율 3위국, 일본의 순위도 예사롭지 않다. 외교적 문제가 있는 나라들은 실제 방문에 눈치가 보인다. 이때 메타버스 파크가 대체재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김태형 롯데월드 홍보팀장의 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끄떡여진다. "노(NO)재팬 운동 이후 한일 간 오프라인 여행은 반 토막이 났지만, K컬처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샤이 재팬족의 여행 열정은 남아 있다. 직접 찾아오면 눈치가 보이지만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편하게 한국을 찾을 수 있다. 보완재와 대체재로서 메타버스 핫플레이스의 역할이 통계로 나타난 것 같다"는 분석이다.

롯데월드 메타버스 맵에는 매직 아일랜드 시그니처 어트랙션 4개가 포진해 있다. 아파트 30층 높이에서 자유낙하하는 살벌함의 대명사 자이로 드롭에서 자이로스윙까지 제법 그럴듯한 어트랙션이 가상으로 구현된다. 심지어 파크를 돌아다닐 때는 오프라인 공간처럼 교복, 머리띠 등 패션 아이템까지 장착할 수 있다. 제페토 내 SNS피드에는 롯데월드 맵 관련 게시글만 이미 78만건을 넘어섰다. 유저 긍정평가 역시 97%를 기록하며, 제페토의 '인기 공식 월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메타버스 선점에 밀린 용인 에버랜드는 뒤늦게 속도를 붙이고 있다. 에버랜드가 점찍은 곳은 게임공간이다. 로블록스 기반 메타버스 플레이댑 랜드에 '에버랜드 메타버스'가 문을 열었다. 파크의 시그니처인 우든코스터 'T-익스프레스'를 비롯해 10여 종의 메타버스를 체험할 수 있다.

한발 늦은 만큼 아직 유의미한 숫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도는 이어진다. 디지털 세계와 파크를 연계한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 콘텐츠의 지속 생산이 목표다.

테마파크가 메타버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설명에서 어느 정도 연결고리를 짚어낼 수 있다.

김 교수는 테마파크를 '폐쇄적 공간'으로 정의한다. 핫플레이스지만 각각 공간의 경험이 단절돼 있다는 것. 예컨대 이런 식이다. 음악 공연이나 영화를 즐긴 뒤에는 당시 들었던 음악(영화음악)을 집이나 다른 곳에서 들으면 당시의 경험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반면 테마파크는 이런 식의 경험 불러오기가 불가능하다. 경험의 연장이 안 된다는 의미다.

메타버스가 이 역할을 한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경험의 연장을 위해 메타버스가 활용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오프라인 공간을 그대로 옮긴 에버랜드처럼 롯데월드도 곧 실제 파크 전체 어트랙션을 통째 메타버스로 공수한다는 구상이다.

오프라인으로만 즐겼던 지역축제들도 속속 메타버스 공간으로 흡수되고 있다. 코로나가 만든 뉴노멀 '하이브리드 축제'로의 전환인 셈.

선봉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있다. 올해는 아예 대표 지역축제 3곳을 찍어 디지털 지역축제로 민다. 통영 한산대첩축제, 산청 한방축제, 포항 빛축제 등이다. 반응을 봐 가며 숫자를 점차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메타버스 핫플레이스가 될 넘버원 축제는 통영의 한산대첩축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된 이 축제 역사는 무려 60년이다. 메타버스 공간에는 통영 역사와 전통의 상징적 장소인 '통영 삼도수군통제영' 일원을 가상세계로 구현한다. 오프라인 축제 기간 전후로는 대대적인 이벤트가 열리겠지만, 평상시에도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오갈 수 있다.

산청의 명물 축제 한방약초축제도 메타버스 핫플레이스로 뜬다. 관광과 자연 보호를 연계한, 지속 가능한 축제문화 어스케어(Earth care), 헬스케어(Health care)를 향유할 수 있는 친환경적 축제문화의 공간이 메타버스로 옮겨간다. 작년 3년 만에 열린 오프라인 축제는 대박이 났다. 축제기간 43만명이 찾았고, 판매수익 20억원을 거뒀다.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약 174억원에 달한다. 관광공사 지역축제팀은 메타버스 플랫폼까지 완벽하게 구축되면, 1.5배 이상 경제효과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항의 명물 빛축제도 하이브리드 축제로 올해부터 선을 보인다.

박대영 한국관광공사 지역축제팀장은 "엔데믹 분위기를 맞아 1차적으로는 오프라인 축제 정착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온라인 축제와 관련해서 꾸준히 메타버스 거점을 늘려간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서울, 경북, 전북 9대 시그니처 명소도 메타버스로 재탄생한다. 경북, 서울, 전북 등 3개 초광역 컨소시엄과 19개 메타버스 관련 전문기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작업이다. 향후 2년간 총 100억원의 사업비를 쏟아붓는다.

메타버스 핫플레이스가 될 9개 명소는 경북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의성 고운사, 서울 남산한옥마을, 전북 전주 한옥마을 등이다. 흥미로운 건 메타버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NFT(대체불가토큰)의 활용이다.

이들 9개 명소는 우선 레이저 펄스를 발사해 거리를 측정하고 사물의 형상을 이미지화하는 라이다와 드론 등을 활용해 3차원 공간정보 데이터를 구축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한옥마을 가상체험(VR) 서비스, 증강현실(AR) 정보 서비스 등을 통합플랫폼에 등록해 대국민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양한 테마에 지역경제를 돕는 소상공인 온·오프라인 연결 서비스가 들어가고, NFT가 생성돼 거래 연계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인바운드 관광의 관문이 되는 한국관광공사는 아예 '메타버스 코리아'를 구축하는 안도 고려 중이다. 한류, K컬처를 품은 매력의 관광 핫플레이스 한국을 통째 메타버스로 옮겨 넣겠다는 구상이다.

이광수 한국관광공사 홍보팀장은 "메타버스 한국 관광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전문 육성해 한국 방문의 해 등과 연계한 인바운드 콘텐츠를 대폭 늘려간다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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